최근 국내 녹색벤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빠르고 진취적이며 노련해지고 있다. 그들은 두려움이 없고 적극적이다. 실패라는 단어는 해외시장 진출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해외시장에 대한 애정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 벤처기업도 마찬가지다. 많은 녹색벤처기업들이 창업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고려하고 이를 위한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때로는 해외기업과의 제휴 등으로 방편을 마련하는 모습도 보인다.
과거 녹색벤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업계 일부에 국한된 현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로 필수 요소가 됐다.
실제로 지난해 11월과 12월 2개월 동안 8개 벤처기업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했는데 이들 중 수출을 하지 않는 곳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두 곳도 해외기업과 제휴를 준비 중이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모가 작은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개척해 먹거리를 유지하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벤처투자는 글로벌화 진행이 상당히 더딘 편이다. 2013년 9월 말 기준으로 국내에는 102개의 벤처캐피털이 등록되어 있다. 424개 조합이 운용되고 있으며 조합결성 총액은 986억4800만원에 달한다.
종합 결성 총액에서 해외 투자자 비중은 어느 정도나 될까. 또 해외기업과 국내기업 해외진출에 대한 투자는 어느 정도나 될까.
외국인의 국내 벤처캐피털 신규투자조합 출자비율은 2011년 4.0%, 2012년 2.7%, 2013년 9월 말 기준 0.5% 수준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현재 운용되고 있는 투자조합의 외국인 출자비율도 2011년 5.7%, 2012년 5.3%, 2013년 9월 말 기준 4.8%로 미미하다.
많은 벤처캐피털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녹색벤처기업에의 투자를 검토·심사하는 과정에서 해외진출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또 그들의 해외진출 의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스스로는 해외진출은 물론이고 해외 투자자의 참여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이 개방되고 있다. 녹색분야도 마찬가지다. 모든 산업이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벤처캐피털 산업도 조만간 해외 벤처캐피털과 경쟁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중국의 벤처캐피털을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국내 녹색벤처기업이 국내 벤처캐피털보다 중국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받고 중국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동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활동을 보면 국내 녹색벤처에 대한 투자도 예상할 수 있다.
국내 몇몇 벤처캐피털은 해외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지만 대다수는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진출을 위한 인력, 운용자금, 해외경험 등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 벤처캐피털이 왜 해외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의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고 해결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해외진출에는 많이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세계 시장에서 뛰는 것처럼 국내 벤처캐피털도 세계 녹색·에너지·환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민경철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투자본부 이사 kcmin@sgiv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