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립대학이 연구개발(R&D) 투입 대비 기술사업화 등 연구 성과가 턱없이 부족해 ‘밑 빠진 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대학 R&D 성과물이 산업 현장과 제대로 접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창조경제 전초기지로 대학을 이야기하지만 역할론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대학알리미 공시자료를 통해 연구비 기준 상위 25개 대학을 분석한 결과, 주요 국립대 가운데 정부 R&D 예산 투입 대비 연구생산성이 1%가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가장 연구 생산성이 떨어지는 국립대는 서울대였다. 서울대는 정부 R&D 예산 4571억원(2012년 기준)이 투입됐지만 기술료 수입은 36억4400만원에 불과했다. 정부 예산으로만 따진 연구 생산성은 0.8% 수준이다. 이어 충북대(0.86%), 충남대(0.95%), 전북대(0.95%), 경상대(0.97%) 순이다. 강원대가 정부로부터 455억원을 지원받아 기술료 14억원을 벌어들여 그나마 양호한 성적(연구 생산성 3.12%)을 거뒀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새 경제 패러다임으로 주창하면서 대학의 낮은 연구생산성이 항상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지난해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도 22개 대학 선도 기술이전전담조직(TLO) 주관대학이 연구비 5조4000억원을 썼지만 기술료 수입은 1.39%에 그쳤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국립대는 정부 예산 비중이 높은 만큼 업계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냐”고 비판이 거세다. 대학 산학협력단에 소속된 한 변리사는 “대학 연구현장에 있는 교수 중 기술사업화 등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며 “특허만 내놓으면 연구가 끝난다고 생각하는 교수가 여럿”이라고 지적했다.
대학 연구 풍토와 교수 실적 평가도 낮은 연구 생산성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술거래전담기관 관계자는 “대학 특허를 이전하거나 사업화를 진행해 보면 쓸모없는 특허가 많다”며 “교수 연구실적 평가를 특허 건수로만 따지다보니 특허 출원만 마치면 연구 종료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이전과 사업화 등 연구 성과의 시장성도 연구 실적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의견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연구 성과를 너무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한 대학 교수는 “창조경제 패러다임에 맞춰 기술이전·사업화도 중요하지만 너무 돈에 매달린 연구는 피해야한다”며 “기초연구나 교육 측면을 강조하면 연구 생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학은 인재 양성과 아이디어 창출의 산실”이라며 “아이디어 활용과 연구 본질 사이에서 대학 역할을 재정립할 시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