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창업가 후배에게 `스타트업 사관학교` 맡긴 노장의 뚝심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스트라이프’ 등 스타덤에 오른 스타트업을 여럿 키워낸 미국 창업사관학교의 오래된 경영자가 28세의 젊은 후배에게 바통을 넘겼다. 20년을 뛰어넘은 경영자 세대교체에 세계 이목이 쏠렸다.

폴 그레이엄
폴 그레이엄

27일 ‘와이 콤비네이터(YC, Y Combinator)’는 창립자인 48세의 폴 그레이엄이 사관학교 1기생 출신인 샘 올트먼에게 사장 자리를 물려준다고 밝혔다. 그레이엄은 내달 평이사가 된다.

유명 벤처캐피털리스트 그레이엄은 부인 제시카 리빙스턴과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YC를 공동 창립해 2005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이후 지금까지 632개의 창업가를 졸업시켰다. 40억달러(약 4조2600억원)였던 드롭박스의 기업 가치는 2007년 YC 졸업 이후 올해 100억달러(약 10조6500억원)로 불어났다. 숙박 정보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기업가치도 10억달러(약 1조원)에서 2009년 졸업 후 25억달러(약 2조6600억원)로 성장했다.

그레이엄은 “10년 내 더 많은 스타트업이 생기고 YC는 투자를 해야 하며 또 성장해야 하는데 나는 적확한 사람이 아니다”라 퇴진 배경을 밝혔다. 또 “샘은 지금 YC의 진화를 이뤄낼 사람”이라며 스타트업을 실전에서 경험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올트만은 2005년 YC로부터 투자를 받아 위치 추적 서비스 기업 ‘루프트(Loopt)’를 창업해 2012년 4340만달러(약 462억8000만원)에 매각했다. 그레이엄은 “샘은 내가 아는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며 나를 포함해 내가 아는 그 누구 보다 스타트업을 잘 이해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레이엄은 스타트업에 조언하는 역할로 남을 예정이다.

그레이엄이 퇴진과 함께 남긴 인상적 메시지는 가능한 ‘공동 창업하라’는 것이다. 포천에 따르면 그레이엄은 퇴임을 앞두고 펼친 창업가 대상 최근 강의에서 “한 명 이상의 창업자가 있을 때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창업자 각자가 가진 강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엄은 애플을 창업한 마케팅 전문가 스티브 잡스와 엔지니어 스티브 워즈니악을 빗댔다. 또 특정 사용자 층을 노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성장의 비결은 ‘작고 강한 불씨부터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