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이 정년 연장과 더불어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을 내놨다. 다른 주요 그룹들도 새 임금체계를 고민 중이다. 삼성이 선제적으로 나오면서 논의가 재계 전반에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에 정점을 정해 이후 임금을 축소 조정하는 대신에 고용 기간을 늘리는 임금체계다. 대상자는 주로 50대 직장인이다. 만혼 추세와 맞물려 자녀 교육비를 비롯한 지출이 가장 많은 때다. 노후자금도 준비해야 한다. 갑자기 퇴직이라도 하게 되면 해당 개인은 물론이고 가정까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고 정부가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정년을 60세로 상향조정했다. 2016년부터 시행한다. 기업에 인건비 증가 요소로 작용한다. 가뜩이나 시장 경쟁이 격화한 상황 임건비 부담이 커지면 기업은 나이많은 고임금 근로자를 정리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임금피크제는 이러한 욕구를 억제할 수 있는 좋은 카드다. 근로자는 임금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지만 해고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중장년층의 조기 퇴직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을 흡수 완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들은 당장 인건비 부담 완화 책으로 임금피크제를 검토하지만 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20~30년간 숙련되고 전문 노하우가 있는 인력을 계속 활용하는 이점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나이와 상관없이 실적 평가 결과에 따라 각종 인센티브를 차별화해야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생산성과 충성도 하락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또 청년 고용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조직에 계속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현행 연공서열 중심 임금체계와 조직 운영을 실력과 성과, 협업 능력 위주로 바꾸는 기업 문화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 임금피크제 장점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정년 연장과 달리 임금피크제는 노사 합의 사항이다. 기업이 이 제도를 임금 삭감이나 정리해고 대체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 한 긍정적인 제도임에 틀림없다. 취지 자체가 좋은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노동계도 전향적으로 접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