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게임 룰을 바꿨다]<9>휴대폰의 아버지 `마틴 쿠퍼`

‘벽돌폰’에서 시작해 피처폰을 지나 스마트폰으로 진화한 휴대폰 역사는 4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4월 3일 뉴욕 맨해튼 거리를 걸던 한 남성은 신발 크기의 휴대폰을 들어 친구에게 말했다.

`휴대폰의 아버지` 마틴 쿠퍼.<제공:위키피디아>
`휴대폰의 아버지` 마틴 쿠퍼.<제공:위키피디아>

“이봐, 나 지금 걸으면서 자네에게 전화하고 있다네. 진짜 휴대폰으로 말이야"

전화를 건 남자는 ‘휴대폰의 아버지’로 부르는 마틴 쿠퍼(Martin Cooper), 전화를 받은 사람은 그의 라이벌이자 AT&T 벨연구소 개발자 조엘 엥걸이었다.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뚝심으로 이끌다

1970년대 초반 쿠퍼가 근무하던 모토로라와 경쟁사 AT&T는 셀룰러 네트워크를 이용해 전화의 이동성을 높이는 것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경쟁은 처음 카폰에서 시작했다.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자동차 안에서 이동하면서 통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에는 엄청난 혁신이었다. AT&T가 셀룰러 네트워크 사용한 카폰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모토로라가 뒤쫓는 양상이었다.

쿠퍼가 카폰이 아닌 휴대폰으로 눈을 돌린 계기는 TV드라마다. 당시 인기를 끌던 SF드라마 ‘스타트랙’에 등장한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가 힌트가 됐다. 쿠퍼는 TV 속 우주인이 손에 들고 다니며 통화하는 작은 기기가 미래라고 믿었다. 그는 휴대폰 발명 후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집과 사무실, 차 안에서만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모든 곳에서 전화하길 원했다”며 “구리선에서 벗어나 원하는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통화하는 건 진정한 자유였고 우리는 그 자유를 1973년 목격했다”고 말했다.

1973년 첫 통화에 성공했지만 휴대폰 상용화에는 무려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쿠퍼가 첫 통화에 성공한 휴대폰은 무게 1㎏에 길이가 25㎝에 달했다. 상용화가 가능하게 무게와 크기를 줄이는 데 10년이 걸렸다. 1983년 모토로라가 선보인 첫 번째 상용화 휴대폰 ‘다이나택 8000x’는 무게 450g였다.

쿠퍼는 부사장으로 제품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그동안 9000만달러가 투입됐다.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회사 내에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그는 묵묵히 개발에 매달렸다. 그는 “막대한 비용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회사 경영진 중 강력한 지지자가 있어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여전히 현역 “은퇴는 없다”

쿠퍼는 해군에서 4년간 근무하며 한국전쟁 참전용사이기도 하다. 1954년 제대 후 모토로라에 입사한 그는 셀룰러 네트워크와 휴대폰 개발을 이끌었다. 모토로라에서 부사장까지 지내며 상용화를 진두지휘하다 다이나택이 세상에 나오기 직전 회사를 떠나 본격적인 창업가 길을 걸었다.

1983년 셀룰러 기술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 기업 ‘셀룰러 비즈니스 시스템즈’를 창업했고 시장점유율은 75%에 이르렀다. 1986년 2300만달러(약 247억원)에 회사를 매각한 후 이동통신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1992년 무선통신 다중 안테나 신호 처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어레이컴을 설립해 현재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다. 휴대폰 개발에도 지속 참여해 2006년 삼성전자와 함께 실버폰 ‘지터벅’을 선보이기도 했다. 쿠퍼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직도 두 달에 한 번씩 휴대폰을 교체한다.

그는 휴대폰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으로도 유명하다.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음성으로 전화를 거는 시대를 예언했고 안경과 통합돼 더 이상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통화할 필요가 없다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이 확장기를 맞던 2008년에는 “4G 네트워크 시대 도래로 새로운 기술의 시대가 열렸다”며 “무선 통신 데이터가 확장되면 개인의 신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질병을 예방하는 등 휴대폰이 인간을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쿠퍼는 1992년 이후 현재까지 어레이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한국 나이로 87세지만 대단한 노익장을 발휘한다. 백발이 성성해도 일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는다. 쿠퍼는 휴대폰 40주년을 맞아 지난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나의 인생에 은퇴란 없다”며 “일과 성취가 없는 인생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마틴 쿠퍼(Martin Cooper) 약력

1928년 미국 일리노이주 출생

1950년 일리노이공과대학 전자공학과 졸업

1954년 모토로라 입사

1973년 휴대폰 개발

1983년 모토로라 입사 후 셀룰러비즈니스시스템즈 창업

1986년 셀룰러비즈니스시스템즈 매각

1986년 다이나 창업

1986년 그레이트콜 창업

1992년 어레이콤 창업

2014년 어레이콤 회장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