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시뮬레이션 세계]<1>스포츠 과학, CAE가 국력

미국 제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게 시뮬레이션 분야다. 시뮬레이션 핵심 기술이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다. 제품 디자인, 설계, 분석, 성능 평가 등이 모두 컴퓨터에서 이뤄진다. 이전에 비해 제품 사이클을 크게 단축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전자신문은 시뮬레이션으로 바뀌는 미래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 현장을 쉽게 보여주는 ‘재미있는 시뮬레이션 세계’를 새로 연재한다. 필자인 정은화 박사는 경북대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 연구원 등을 거쳐 알테어 기술지원부 이사로 재직 중인 시뮬레이션 분야 전문가다.

[재미있는 시뮬레이션 세계]<1>스포츠 과학, CAE가 국력

세계를 환희와 감동으로 물들였던 소치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각국은 스포츠 과학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는 국력을 겨루는 또 하나의 전쟁터로 변했다.

동계스포츠에서 가장 비싼 장비는 봅슬레이로 속도가 시속 150km 이상까지 나온다. 0.001초 단위로 승부가 결정돼 썰매 능력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봅슬레이는 탄소섬유 같은 첨단 경량 복합재가 사용되며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하여 외관에 틈이 없도록 일체로 제작된다.

주행속도를 높이기 위해 썰매 공기저항도 최소화해야 하고 썰매 날 온도도 최적의 온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썰매는 얼음 위를 미끄러지면서 주행을 하므로 얼음과 마찰계수, 썰매 날의 형상과 온도 까지 모두 고려한 최적의 설계가 필요하다.

문제는 개발 기간과 방법이다. 시제품을 제작해서 시험하고 문제를 걸러서 설계에 반영해 최종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각광을 받는 것이 CAE 기술이다.

가상의 컴퓨터 환경에서 필요한 성능을 예측하고 바로 설계에 반영한다.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수치를 변경해서 입력해 다양한 입력값을 조절하고 이에 맞춰 제품의 작은 것 하나까지도 조정하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수천 번 시뮬레이션으로 제품을 연구하고 최종적으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 개발 기간과 노력,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스포츠 과학에서 CAE를 적용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며 스포츠 과학은 CAE 기술 경쟁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점프스키에도 CAE기술이 필요하다. 활공시 스키 거동유지, 선수 활공자세 등이 기록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활공시 11자를 유지하는 것에 비해 V자를 유지하는 것은 활공기록을 10% 정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든 과정에 소재, 공기역학, 경량 최적화를 포함해 많은 공학기술이 적용된다.

공학기술 발달은 선수 훈련에 머물렀던 경기력 경쟁을 장비까지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시뮬레이션 기술 발달이 장비의 성능 경쟁을 촉발시키고 인간에만 의존했던 경기 기록을 단축시켰다.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다보니 기술 활용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가도 또 하나의 문제로 떠올랐다. 몇 년 전 논란이 됐던 전신 수영복이 시사점을 준다. 특정 전신 수영복의 재질이 경기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 착용이 금지된 예는 첨단 기술과 인간의 도전에 대한 합의점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그러나 인간의 힘을 최대화하고자 하는 인류의 도전이 있는 한 시뮬레이션 기술은 계속 인간 능력의 한계를 계속 넓혀나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은화 알테어 기술이사(ehjung@altair.co.kr)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