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얼어붙었던 통일담론들이 현 정부 들어 봄날을 맞았다. 봄바람의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담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였다. 북핵문제와 천안함 사태로 시베리아 겨울보다 더 차갑게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를 ‘신뢰’라는 모토로 녹이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에 대한 따뜻한 손길은 1년여의 시간이 지나 3년 4개월 만의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결실을 얻었다.
![[월요논단]‘통일대박’의 비타민은 IT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403/536269_20140228150208_627_0001.jpg)
박근혜정부는 취임 1주년 담화로 또 다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큰 한발을 내디디려 하고 있다. 통일담론을 구체화하기 위한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이다. 통일준비위원회는 남북이 분단된 지난 70년 동안 남북한 격차와 체제의 이질성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될 전망이다.
통일의 현실화 과정은 분단 이후 오래 지나간 시간만큼이나 엄청나게 복잡하고 다양한 과제들을 풀어내야 한다. 이질화된 남북한 체제와 주민 간 다양한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정치·경제·사회 등 많은 격차 가운데 매우 심각한 것은 정보화 분야다. 우리나라는 정보화 분야에서 이미 초일류국가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직 대외 인터넷을 개방하지 않고 있을 정도로 정보화 분야가 낙후됐고 폐쇄 상태다.
북한 주민들 상호 간 정보격차도 우려된다. 컴퓨터는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까지 사용하고 있는 일부 특권계층이 있는 반면에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구경하지 못한 주민도 많다. 북한 당국은 최근 낙후된 북한 경제의 ‘단번 도약’을 위해 국영공장에서의 컴퓨터 수치제어시스템(CNC)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휴대전화 허용, 원격교육과 원격진료의 도입 등도 검토 중이지만 그 수준은 미천하다.
남북한 간 정보격차와 북한 주민 간 정보격차 문제는 지난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1990년 독일 통일이 완성되는 과정에서도 전혀 등장한 적이 없는 의제다. 참조해야 할 데가 없고 오로지 우리가 답안을 만들어야만 하는 과제다. 통일 과정이나 통일 이후 통일한국이 부담해야 할 가장 큰 통일비용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독일은 통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까지도 동독과 서독 간 소득격차가 해소되지 않았다. 북한의 정보격차 문제에 대한 철저한 준비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통일 과정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스마트 사회에서 정보격차는 기회격차, 빈부격차로 직결된다.
모처럼 형성되고 있는 통일한국의 준비 과정에서 정보화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슈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정보화는 낙후된 북한 경제 발전의 필수 비타민일 뿐 아니라, 남북한 사이의 교류와 협력의 비타민, 그리고 통일 이후의 사회통합의 비타민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 정보화 지원과 남북한 간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우리는 이제 큰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오늘날 우리를 IT강국으로 이끈 지난 1980년대의 ‘국가 정보화 프로젝트’ 추진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 정보화 프로젝트’ ‘통일 정보화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북한 정보화 프로젝트와 통일 정보화 프로젝트는 북한의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지원해 줄 뿐 아니라,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남북한 간 신뢰 형성의 네트워크로 기능할 수 있도록 얼개를 짜야 한다. 아울러 통일시대에 대비한 남북한 사회통합 기반이 되도록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정보화는 북한의 경제 발전과 대외 개방 그리고 정상국가로의 이행을 도울 수 있는 처방전으로, 충분히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지속적으로 진행될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통일을 위한 신뢰 프로세스 그리고 ‘통일 대박’의 꿈에 북한 정보화와 남북한 정보격차 문제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광수 한국정보화진흥원장 cksoo636@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