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의료법 개정안 처리 ‘더 어려워져’

이번 총파업 결정은 의사들의 ‘초강수’로 해석됐다. 국민을 볼모로 잇속을 챙긴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원격의료와 자법인 허용 등을 막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단호한 입장을 표명한 만큼 의료법 개정안 처리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야당 반대 ‘첩첩산중’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이달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10일 총파업이 예정돼 상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가 이미 한 번 뒤집어진 만큼 다시 새로운 타협점을 찾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의사협회와 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안 입법 추진에 합의한 부분이 총파업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의사들은 이 같은 협의 결과를 정부 측 주장이 더 많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의사협회는 협의문의 애매한 표현 때문에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충분한 해명은 되지 않았다. 의사들 입장이 완고한 만큼 원격의료 관련 협의 내용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도 통과는 미지수다.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최근 이언주 민주당 의원은 원격의료 입법화 반대 입장을 밝혔던 복지부가 몇 개월 만에 입장을 바꿨다며 졸속 행정을 지적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은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동네 의원이 몰락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원격의료는 오진과 책임 소재의 위험이 있고 환자 치료에도 한계가 있다”며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자 등에 적합한 서비스는 원격이 아닌 방문진료”라고 말한 바 있다.

◇의료IT 업계 “답답”

의료IT 업계는 총파업 결정에 원격의료 허용이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원격의료 허용을 아예 가로막는 사태가 우려되며, 우여곡절 끝에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시행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안대로 원격의료가 허용되더라도 의료IT 업계가 얻는 직접적인 혜택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 원안에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도록 규정해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환자들이 대형 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가벼운 질환에만 원격의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복지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의료법 개정안 마련에 앞서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알리고 오해를 없애기 위한 충분한 소통에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의료IT 업계 한 관계자는 “원격의료 도입을 바라고 있지만 상황이 갈수록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어 큰 기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복지부가 여전히 국민, 의료계와의 소통에 소극적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