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돌입한다. 원격의료 허용 등에 대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 협의사항을 의사들이 ‘인정할 수 없다’며 총파업을 결의한 것이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14년 만에 의료대란이 재현될 조짐이어서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2일 의사협회는 회원을 대상으로 최근 8일 동안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76.69%, 반대 23.2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예정대로 오는 10일 집단 휴진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총파업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실제로 휴진에 나서는 병원이 얼마나 될 지는 미지수다.
이번 투표 결과는 지난달 정부와 의사협회가 구성한 의료발전협의회 간 최종 협의 결과를 의사들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발전협의회는 원격의료 허용 관련 입법 추진, 원론적인 의미의 자회사 설립 허용, 수가체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협의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사실상 정부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의사들은 이번 투표에서 협의 내용을 전면 부정한 셈이 됐다.
송형곤 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제도 개혁을 위한 회원들의 결의를 직접 확인했다”며 “10일까지 총파업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진행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협회 내부에서도 협의 결과에 의견이 엇갈린 만큼 총파업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지난달 의료발전협의회 협의 결과가 발표된 직후 노환규 의사협회장 겸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협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고 비대위원장을 사퇴한 바 있다. 당시 노 회장은 “정부의 원격의료 정책에 양측 입장 차이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총파업 결정으로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됐다. 향후 정부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 지와 의사협회의 협상의지가 변수다. 의료IT 업계는 크게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종전 방침대로 원격의료와 자회사 설립이 허용돼야 관련 투자가 활성화되고 의료IT산업 발전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한 의료IT 업계 대표는 “의료 부문 사업은 범위가 제한적이라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총파업 결정 때문에 원격의료와 자회사 설립 계획이 더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