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총리실과 중소기업

[관망경]총리실과 중소기업

박근혜정부 들어 총리실에 새로 생긴 조직이 있다. 중소중견기업 정책과다. 지난해 3월말 만들어졌다. 원래 성장동력정책과였는데 중소중견기업 정책과로 바꿨다. 박근혜정부의 중소중견기업 육성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중기) 지원 정책은 숫자 면에서 결코 적지 않다. 중기청이 시행하는 사업 수가 160개나 된다. 지원 사업도 중기청만 하는 게 아니다. 산업부·미래부·국토부·환경부 등 14개 중앙부처에서 시행한다. 예산도 중앙부처 전체를 합치면 13조 원이나 된다. 지원 기관이 많다 보니 일부 부작용이 불가피하다. 중복 지원이 대표적이다. 기술력도 없으면서 페이퍼(사업계획서)만 잘 써 정부 지원을 받는 ‘좀비 기업’도 완전히 걸러내지 못한다.

총리실이 이런 불합리한 관행에 메스를 들고 나섰다. 중소기업지원사업 통합 관리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1단계 구축이 끝나 시험 가동하고 있다. 시스템이 완성되면 어느 중기가 중복 지원 받았는 지, 지원을 받은 후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했고 매출은 얼마나 늘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중기의 회계 관련 정보를 세무 당국으로부터 직접 받아 데이터를 처리한다. 업체가 매출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총리실은 연말 완전 개통을 목표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기 지원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시스템은 총리실이 앞장서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국세청 등 여러 기관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총리실 존재 이유를 잘 보여준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지난 금요일 정홍원 총리는 경기도 안산의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찾았다. 바쁜 일정이 많았지만 중기와 창업에 관심이 커 꼭 참석하고 싶었다는 후문이다. 정 총리는 지난해 한 달에 한번 꼴로 중기와 소상공인을 방문할 만큼 중기에 애정을 표했다. 지금 총리실은 규제조정실장을 찾고 있는 중이다.

총리실 사상 처음으로 개방형 직위로 전환해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한다. 규제는 성격에 따라 중기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낙하산 시비가 한창인 지금, 부처 규제를 총괄 조정하는 총리실의 새 규제 실장에 누가 와야 하는 지는 자명하다.

전국취재(세종)부장=방은주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