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뿌리산업 현장밀착지원 더 필요하다

뿌리산업은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 제품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공정기술 분야다. 나무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최종 제품을 만드는 데 스며들어 제조업 경쟁력 근간을 형성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뿌리산업은 청동기시대 무기류·장신구 제작을 위한 주조에서 시작해 제조업 발전과 함께 산업의 양분 역할을 해왔다. 오랜 전통과 기술력을 갖춘 뿌리산업의 장인 기술은 그간 제조업과 융화해 세계적인 명품을 탄생시켰다. 스위스 롤렉스시계·독일 헹켈 쌍둥이 칼(주조·소성가공), 영국 파커 만년필(소성가공·열처리·표면처리) 등 세계적인 명품이 튼튼한 뿌리산업의 토대 위에서 나왔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우리나라 조선·자동차·IT산업 성공도 주조·금형·열처리 등 뿌리산업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했다.

정부가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올해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고도화를 위해 작년 대비 26% 증가한 593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 총예산이 작년보다 7%가량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뿌리산업의 첨단·고도화 없이는 자동차·조선 등 주력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특히 뿌리기술지원센터를 늘려 현장 밀착형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센터는 지역 뿌리기업에 근접해서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기업차원에서 구비하기 어려운 시제품 생산용 파일럿 장비를 구축해 지원하는 기관이다. 애초에 올해 시흥·진주·김제·광주·고령·부산·울산 7개 지역에 센터를 구축하기로 했으나 센터수를 4곳 이상 신설하기로 했다. 센터수를 늘리려면 소요예산이 애초에 잡은 163억원보다 늘어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현장 밀착형 지원을 강화하려는 산업부 계획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여부에 달렸다. 선진국인 일본·독일·미국 등과 격차를 줄이고 우리를 바짝 추격 중인 중국을 따돌리려면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지역 뿌리기업과 연계한 현장밀착지원을 더 늘려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