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디지털카메라 넘어 DSLR 위협하는 스마트폰 카메라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갤럭시S5 언팩행사에서 1600만 화소 카메라모듈의 기능을 유독 강조했다. 종전까지 카메라모듈은 부가기능에 머물렀지만 갤럭시S5에는 5가지 핵심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로 위상이 높아졌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모델에 1600만 화소 카메라모듈을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갤럭시S4에 1300만 화소 카메라모듈을 적용한지 1년도 안 돼 갤럭시S5를 1600만 화소로 끌어올렸다. 갤럭시S5 카메라모듈에는 선택적 초점·높은 색재현성·빠른 자동초점(AF) 등 다양한 부가기능도 장착됐다.

[이슈분석]디지털카메라 넘어 DSLR 위협하는 스마트폰 카메라

스마트폰 카메라가 디지털콤팩트 카메라를 넘어서 렌즈교환식(DSLR) 카메라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1600만 화소 시대를 연 스마트폰 카메라는 자동초점(AF)·손떨림방지(OIS)·아웃포커싱 등 디지털카메라의 다양한 부가기능까지 흡수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어느 수준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화소 진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00만 화소 카메라모듈에서 더 이상 화소 경쟁을 벌이지 않는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갤럭시S5에 1600만 화소 카메라모듈을 채택했다. 올 하반기 출시할 차세대 스마트폰에는 2000만 화소 카메라모듈도 장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무한 화소 경쟁을 펼쳐 보겠다는 의지다. 중국 등 후발 업체들도 1600만 화소 카메라모듈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고화소 카메라는 스마트폰 마케팅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스마트폰 카메라 화소 경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이란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이 성급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선행개발팀은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2000만 화소 카메라모듈 개발에 돌입했다. 일각에서는 1600만 화소 이후 삼성전자가 더 이상 스마트폰 카메라 화소경쟁을 벌이지 않거나, 1800만 화소 제품 정도만 개발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이미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 가까워진 만큼 화소경쟁보다는 손떨림보정(OIS) 등 기능 중심으로 무게 축을 옮길 것이란 분석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 1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여전히 카메라 화소 개선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어 당분간 화소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할 스마트폰 중 25%에 1600만 화소 카메라 모듈을 채택할 계획이다. 갤럭시 브랜드로 나오는 스마트폰 4대 중 하나는 1600만 화소 카메라모듈이 장착되는 셈이다.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 목표가 3억6000만대인 것을 감안하면 1600만 화소 카메라모듈 수요는 9000만대에 이른다. 1600만 화소 스마트폰 카메라로 화소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후 2000만 화소를 상용화해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고화소 카메라모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CMOS) 이미지센서·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압축 렌즈 등 관련 부품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AF 액추에이터에는 OIS 기능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전략 스마트폰 G2 카메라모듈에 OIS 기능을 채택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 같은 플래그십 모델에 OIS 기능을 채택하려면 최소 2000만~3000만개 이상의 부품을 한꺼번에 조달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OIS AF 액추에이터를 공급할 협력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생산 수율마저 저조한 상황이다.

현재 분위기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갤럭시노트 등 플래그십 모델에 OIS를 채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일본 미쓰미에 설비 투자를 하는 등 OIS 수급에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G2 카메라의 OIS 기능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갤럭시노트3에 OIS 도입을 검토하다가 이후 모델로 연기했다. 갤럭시S5 파생 모델 혹은 후속 모델에 OIS 기능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스마트폰 디자인 측면에서도 OIS를 채택하는 것은 고민이다.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모델에 7~8㎜ 수준의 얇은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OIS를 적용하면 얇은 디자인을 구현하는데 문제가 생긴다. 현재 OIS는 AF 액추에이터에 전용 시스템반도체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문제는 시스템반도체가 AF 액추에이터에 추가되면 카메라모듈을 얇게 만들기 어렵고, 전력 효율 문제도 발생한다.

CMOS 이미지센서(CIS) 시장에서는 아이소셀 같은 3차원 반도체 기술이 널리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소셀은 CIS 구조를 3차원으로 설계해 빛 흡수량을 늘린 기술이다. 종전까지 고화소 CIS 시장은 소니가 사실상 독점했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전자 시스템LSI에서 아이소셀 CIS 출하량을 늘리면서 시장 구도가 바뀌고 있다.

렌즈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다. 카메라 화소가 높아질수록 렌즈 수요도 늘어난다. 렌즈 수가 늘어나면 깨끗하고 밝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1300만 화소 카메라모듈에는 5피스 압축렌즈가 쓰였지만, 1600만 화소 제품에는 6피스 렌즈가 적용된다. 피스수를 늘리되 렌즈 두께를 종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렌즈 사출을 위한 금형 기술에 따라 업체 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에 다양한 응용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디스플레이 등 고가 제품보다는 당분간 카메라모듈·케이스·안테나 등 부품을 중심으로 혁신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