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달궈지는 6·4, 국정도 달구자

[데스크라인]달궈지는 6·4, 국정도 달구자

6·4 지방선거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여야간 1대1 맞대결이 성사되는 분위기고, 서울·경기·인천 등 전체 선거 승패를 가를 지역은 대통령선거를 방불케 하는 거물급 후보들의 ‘빅매치’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연히 민심은 선거를 통해 이루려는 목적에 따라 뭉치고, 소용돌이 칠 것이다. 지역이나 성향을 넘어 선거 결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선거 참여율도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 선거가 선거다워지려면 이슈도 많아야 하고 정견이 충돌하고, 난투에 가까울 정도의 카운터펀치가 오가야 한다. 그러면 선거가 용광로처럼 뜨거워진다.

출범 1년을 넘긴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집권 중반기까지 뭔가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나온 1년 동안 혼란스러웠던 것으로 보면 앞으로 1년 반도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1년을 맞아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대북문제와 외교에선 후한 점수를 받았지만, 창조경제 등 간판 정책에 대해선 여전히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에 잡히는 변화가 없는데, 어떻게 창조경제를 평하느냐는 인식이 국민 저변에 깔려있다.

창조경제가 지난 1년간 개념이 모호해 지지부진한 측면도 있지만, 방향과 전략을 놓고 국민이 관심을 가질만한 치열한 싸움이 없었던 탓도 크다. 소위 달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궈지지 않은 솥에서 기름진 밥이 나올 리 없다. 위는 설익고 밑은 타버린 ‘부조화’가 지금 창조경제가 처한 모습이다.

논리에 따라 설전을 벌이고, 서로 영역에서 충돌하는 것이 있으면 은근슬쩍 덮기보다 꺼내놓고 충돌하는 것이 어떤 일을 진행시키는데 훨씬 더 유익하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국정을 끌고 갈 ‘지표’가 만들어졌다면 이에 연관된 각 부처는 노선과 실행방안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어 싸워야 한다. 지금처럼 미래창조과학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건들지 말라”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나름대로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자꾸 비슷한 테마의 정책만 양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하는 일은 서로 눈치보면서 머뭇거릴 때 제일 진전이 없다. 드러내 놓고, 싸움이 붙으면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일에 달려든다. 이런 움직임이 없었던 것이 지난 1년 창조경제를 포함해 국정 전반이 지지부진했던 ‘병세’의 한 단면이다.

6·4 지방선거 이후 정국주도권을 누가 쥘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국민들은 모든 선거를 통해 자신의 의중이 표출되길 바라고, 표를 던진다.

6·4 선거 결과에 따라 국정이 더 표류하게 된다면 그때부터 집권 절반이 남은 지점까지는 그야말로 지척이다. 나라 전체적으로도 ‘허송’이다.

지금부터라도 중요한 핵심 정책은 날카롭게 벼릴 필요가 있다. 책상 뒤로 몸을 낮춘 공무원들을 앞으로 끌어내 방향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말썽이 날까 쉬쉬하고, 어느 부처가 핀잔줄까 조마조마하던 습성을 버리고, 치열하게 부딪히도록 다잡아야 한다.

선거는 지나간다. 하지만 선거 뒤 정치바람에 아무 일도 못하고 미적거리면 대한민국의 손해다. 그 결과는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미적미적’ 보다는 깨지더라도 부딪히는 게 낫다. 그래야 갈피도 잡히고, 그토록 애타게 바라는 가시적 성과도 나온다.

이진호 국장석 부장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