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컴퓨팅 장비인 서버와 스토리지에 대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여부를 놓고 5일 공청회가 열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산 쏠림이 심한 국내 공공조달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취약한 국내 컴퓨팅산업 발전에 단초가 될 사안이 논의되는 자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은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공공구매 시장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6년 마련한 제도다. 중기 경쟁 제품으로 지정되면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등의 조달계약에 3년간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금지되고 중소기업 간 경쟁을 통해 사업자가 선정된다.
지난 2013년 데스크톱 PC·보일러·레미콘 등 202개 제품이 선정된 바 있어 이번 서버와 스토리지에 대한 논의는 추가 지정에 관한 사항이다. 판로 확대를 필요로 하는 국내 기업들의 요구가 반영돼 추진됐다. 한국클라우드컴퓨팅연구조합을 중심으로 국내 20여개 중소기업들이 뭉쳤다.
이번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중소기업 외 사업자는 오는 2015년 말까지 정부 조달시장에 납품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HP·델·EMC 등 해외 업체들은 사실상 공공 시장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한국 내 사업에 적잖은 타격을 입는 변수가 되는 셈이지만 반대로 국산 장비 업계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계기가 된다. 규모에서 앞선 글로벌 기업들의 진입이 차단돼 공공 분야에서 수요 확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따르면 국내 공공 분야 서버 시장 규모는 1만~2만여대로 추산되고, 스토리지는 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은 그 자체로도 영세 사업자가 대부분인 국내 업계에 적잖은 기회인 데다 무엇보다 국산 컴퓨팅산업 발전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서버시장에서 5%가 안 되는 국산제품 비중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대할 경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할 기반을 마련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도 컴퓨팅산업 육성을 중점 과제로 정한 상태여서 정책 추진에 중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한국클라우드컴퓨팅연구조합 관계자는 “서버, 스토리지의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은 공공기관의 외산장비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버와 스토리지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이 대부분 외산이고 국내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등 전체적인 컴퓨팅 기술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 경쟁제품 지정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따라 5일 열릴 공청회는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동시에 본격적인 갑론을박이 시작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청은 관계부처 협의와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오는 6월 중 경쟁 제품을 지정, 공고할 계획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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