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채권 투자·대부업 대출 확대에 `제동`

저축은행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고정이하여신(NPL) 투자나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을 늘리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과도한 쏠림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한도를 설정키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일 저축은행들이 NPL, 대부업 대출, 정상채권 매입 등에 과도하게 자금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행정지도에 나서고 이를 규정화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해 NPL 투자의 자산건전성 분류 등 행정지도를 실시한데 이어 이달 중 대부업체 대출은 총 여신의 5% 이내와 300억원 중 적은 금액 내에서 운용토록 한도를 설정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기준) 저축은행들의 NPL 관련 투자액은 9151억원으로 전년동월말 대비 51.9% 급증했다. 대부업체 대출은 1조5431억원(2013년말 기준)으로 총 여신의 약 5% 수준이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10%를 넘는 경우도 적발됐다.

저축은행이 NPL이나 대부업체 대출을 늘리는 이유는 기업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돈을 빌려줄 곳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현금이나 예치금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여유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의 NPL 투자구조나 대부업체 대출의 자산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급격하게 부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NPL 투자 대부분이 직접 NPL을 매입한 것이 아니고 NPL 매입자금을 대출하거나 NPL유동화증권을 매입하는 형태인데다 현금흐름이 안정적인 개인회생·신용회복 채권 및 담보부 투자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업체 대출도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6%로 저축은행 총여신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21%)에 비해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담보가 있어 회수 가능성도 높다.

금융당국은 NPL 투자액과 대부업체 대출이 단기간에 저축은행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NPL 투자액의 83.6%는 투자NPL(저축은행이 NPL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NPL 매입자금을 대출하거나 NPL 유동화증권을 매입하는 형태)이고 대부업체 대출의 고정이하여신 비율(금융기관의 대출금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부실채권 비율)은 0.6%로 저축은행 총 여신의 고정이하여신 21.5%보다는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만 불안정한 국내외 경제여건과 NPL 시장의 경쟁 강화 등을 감안할때 NPL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최고금리인하 및 중개수수료 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대부업체의 영업여건이 악화될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저축은행들이 부실채권·대부업체 대출에 쏠리는 현상에 대응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저축은행이 직접 서민금융을 취급하지 않고 NPL을 직접 매입하거나 대부업체에 자금을 공급해 낮은 신용자에 대한 고금리 대출을 취급하게 하는 효과를 만드는 등 쏠림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NPL 투자 강화와 대부업체 대출과 관련해 이달 중으로 행정지도를 벌이고 늦어도 6월까지는 관련 규정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