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내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모든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
SK그룹이 최 회장 구속 이후 도입한 계열사 독자경영 체제인 ‘따로 또 같이’ 경영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계열사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할 뜻을 각사 이사회에 전달했다고 4일 밝혔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회사 발전 우선과 도의적 측면에서 책임을 지고 모든 관계사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SK와 SK이노베이션 외에도 2016년에 끝나는 SK C&C, 2015년 마무리되는 SK하이닉스 등기이사직에서도 사퇴한다.
SK는 후임 사내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는 형태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 방안은 계열사별 이사회에서 논의해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이사회 중심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수펙스협의회 등 SK그룹 내 의사결정 기구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 회장은 사퇴의사를 밝히며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산하 위원회 각사 CEO, 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해 고객과 국민이 사랑하는 SK를 만들어 달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너 경영인이 그룹 이사회에서 모두 물러나면서 신사업 추진이나 대규모 투자 등은 당분간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대형 M&A 등에서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최근 국내 2위 보안업체 ADT 인수전에 참여했다 금액이 상승하자 포기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이후 4위 사업자인 NSOK 인수로 방향을 돌리는 등 추진 규모를 축소했다.
SK그룹은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같은 맥락에서 SK E&S 대표이사와 SK네트웍스 이사직(의장)에서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 관계자는 “회장, 부회장 등기이사 사임에 따른 경영공백은 클 수밖에 없어 전 구성원이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은 SK그룹이 더 이상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의 안정과 성장이 최우선이란 최 회장의 뜻이 전적으로 반영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