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형제 공백 장기화 ··SK그룹, 어디로 가나

최 회장 형제 공백 장기화 ··SK그룹, 어디로 가나

최태원 SK그룹 회장 형제가 4일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사임함에 따라 SK그룹 경영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 회장 형제가 동시에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것은 유죄 확정에 대한 ‘도의적 책임’과 ‘옥중경영’이 쉽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 형제 부재로 당장 SK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은 SK그룹의 수펙스협의회 역할과 위상이 이전보다 확대·강화될 전망이다. 최 회장 형제 부재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나 다름없다. 그와 동시에 주요 계열사는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지배구조 선진화를 도모할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외에도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등의 위상과 역할 변화도 관심이다.

SK그룹이 최 회장 형제 부재에 따른 위기 대응 체제를 가동하는 만큼 주요 계열사의 투자와 고용 등에는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장기적 전략 수립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동되는 만큼 당장의 위험에 부담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과감하고 장기적 투자를 전제로 하는 글로벌 시장 진출과 신규 사업 발굴 추진력은 상당 부분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SK그룹이 중국 최대 국영 석유기업 시노펙과 공동으로 설립한 합작사는 최 회장이 7년을 일관되게 전력투구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최 회장 형제의 부재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전략 투자 등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SK그룹의 미래 행보에 일정기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의 위기 장기화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최 회장 형제의 공백 기간이 긴 만큼 복귀 이후에도 그룹 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3위 SK그룹의 위기는 경제 전반에 적색 신호등이 추가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