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어온 이동통신 업계가 사업 방식을 다각화한다. 망 설치와 통신 서비스만을 고집하지 않고 현지 파트너 투자, 컨설팅과 솔루션 판매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5일 SK텔레콤은 실리콘밸리에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인 ‘이노파트너스’를 설립한 것은 강한 파트너를 선택해 해외 시장을 함께 공략하려는 포석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SK텔레콤은 이노파트너스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과거 SK텔레콤은 통제가 용이한 해외 기업의 대주주가 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펼쳤다. 지분이 다소 적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파트너와 함께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지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영향력 있는 마이너리티 전략’을 언급했다.
SK텔레콤은 현지 인큐베이팅 외에도 스마트로봇인 아띠와 앱세서리 등 스마트폰 주변기기까지 해외 사업을 확대한다. 스마트폰을 두뇌로 활용하는 아띠는 스페인 일부 유소년 체험교육장에 제공됐다. 아직 판매는 되지 않았지만 ‘경험을 먼저 판다’는 게 SK텔레콤의 전략이다. 초소형 프로젝터인 스마트빔은 지난해 8000대에 이어 올해 3만대 판매가 목표다.
KT는 정보시스템 컨설팅과 솔루션 사업에 초점을 맞춘다. 2012년 몽골 지진재난경보시스템 구축 사업 계약을 비롯해 그해 말 브루나이 국가데이터센터 개발, 르완다 정보보호 프로젝트 등 컨설팅과 솔루션 영역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지난해엔 우크라이나 FIDO뱅크와 모바일 컨설팅 계약도 체결했다.
빌딩 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수출에도 힘을 쏟는다. 지난해 말 부동산 개발업체 SBE 등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하라호텔에 스마트 건물인 ‘호텔 ICT 솔루션 설치’ 계약을 맺었다. 에너지를 절감해주는 BEMS 도입이 핵심이다. SBE와 관련된 다른 호텔에도 확대를 추진한다.
LG유플러스는 직접 진출은 아니지만 자사 LTE 컨설팅 서비스를 수출한다. 대만 이동통신사 TSCC에 LTE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LTE 전략과 네트워크, 서비스, IT인프라 단말기, 마케팅·영업 등 6개 핵심 분야를 집중 컨설팅한다.
TSCC는 지난해 11월 대만 통신사업자 비보텔레콤을 인수하며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들었다. LG유플러스는 TSCC가 7%에 불과한 대만 시장 점유율을 2020년까지 16%로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최근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국내 이동통사 해외 진출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이동통신 사업은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해외 기업은 성공이 쉽지 않다. 해외 이동통신 시장이 국내와 마찬가지로 포화상태인 것도 해외 진출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사업을 다각화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망 구축 연계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조우철 KT 글로벌사업본부 상무는 “인프라 구축 외에도 솔루션, 플랫폼, 서비스 등 우리나라 ICT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발굴해 통신사업의 해외 진출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통신사별 해외진출 다각화 전략 / 자료:각사 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