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스토리지 중기 경쟁제품 지정, WTO 제소 가능한 사안"…외국계 강력 반발

서버와 스토리지에 대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여부를 놓고 5일 공청회에서는 이해 관계에 따라 업계의 찬·반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한국클라우드컴퓨팅연구조합을 중심으로 한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은 경쟁제품 지정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에 이번 지정에 따라 타격이 예상되는 한국HP 등 외국계 관련 기업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추가 지정에 신청된 서버와 스토리지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서버는 x86 아키텍처 기반 제품으로 한정됐다. x86 서버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운용체계(OS)를 선택해 사용하는 범용 시스템으로 현재 시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제품이다.

스토리지는 ‘하드디스크어레이’라는 이름으로 16~120베이(Bay) 중소기업용 제품이 지정 대상으로 신청됐다. 스토리지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시스템이다. 16~120베이(Bay) 규격과 중소기업용 제품으로 한정된 것이 주목된다. 그러나 ‘중소기업용 제품’은 기준이 모호해 추후 변경될 소지가 높다.

이날 논의는 국내 20여개 서버·스토리지 기업들의 신청에서 출발했다. 외산 장비에 대한 시장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서버와 스토리지를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판로 확대를 위해 지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한국클라우드컴퓨팅연구조합 측은 “서버, 스토리지의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은 공공기관의 외산장비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산업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국계 기업들과 이들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산 제품에 대한 차별과 이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는 입장에서다.

한국HP 관계자는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수입 제품은 공공 분야에 판매할 통로가 원천봉쇄 된다”며 “이는 자유무역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에 4년간 외산 서버를 판매해왔다는 업체 대표는 “국산 제품이라 해도 외산 부품을 들여와 단순 조립에 그치고 있다”며 “소수인 이들을 위해 경쟁제품으로 지정하는 것은 또 다른 특혜 시비가 될 것이고 그동안 외산 제품들로 사업을 해온 국내 기업들을 고사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견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버와 스토리지의 경쟁제품 지정 문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협의체를 구성해 이번 사안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쉽게 봉합되지 않을 분위기다.

오는 11일 이해당사자 간 타협점을 찾는 조정 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불투명하다. 한국HP 관계자는 “WTO에 제소까지 당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외국계 기업들이 중심이 된 협의체에는 10여개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은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공공구매 시장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06년 마련한 제도다. 중기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등의 조달 계약에 3년간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금지되고 중소기업 간 경쟁을 통해 사업자가 선정된다. 만약 이번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중소기업 외 사업자는 오는 2015년 말까지 정부 조달시장에 납품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서버와 스토리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HP·델·EMC 등 해외 업체들은 사실상 공공 시장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