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패널(TSP) 컨트롤러 전문업체인 지니틱스와 햅틱 구동칩 전문업체인 위더스비젼이 한 회사로 새출발한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계의 사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그동안 인수·합병(M&A)에 대한 요구는 많았지만 실제로 성사되는 사례는 드물었다.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새로운 융복합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지니틱스(대표 손종만)는 6일 위더스비젼(대표 박정권)과 합병키로 했다고 밝혔다. 위더스비젼은 소멸되고 지니틱스가 존속법인으로 남는다.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 지분을 넘기는 형태가 아니라, 흡수 합병 후에도 경영권을 유지하는 식이다. 박 대표는 합병 회사의 지분을 받아 경영을 함께 지휘하게 된다. 박 대표는 합병 후 지니틱스에서 부사장직을 맡게 된다.
두 회사는 이번 결합을 통해 단일 품목의 한계에서 벗어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고 향후 융복합 제품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니틱스는 터치 컨트롤러 팹리스이며, 위더스비젼은 햅틱·자동초점·모터 구동칩 전문 팹리스다. 현재 두 회사의 품목은 다르지만 모두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관련된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한다. 양사가 함께 연구개발(R&D)를 추진한다면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국내 팹리스 업계 성장을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위한 M&A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부정적인 인식과 폐쇄적인 경영 관행 탓에 M&A는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 국내 팹리스 기업을 인수한 적은 있지만, 중소 팹리스 간 M&A는 티엘아이·아이앤씨테크놀로지의 카이로넷 인수 정도가 꼽힌다. 팹리스 업체 창업자들이 소유권을 유지하고 싶은 문화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합병 소식은 팹리스 업계에 새로운 성장 모델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양사 모두 성장세를 이어가던 회사라는 점에서 합병의 성과가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니틱스는 2012년 매출 209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90억원으로 뛰어올랐으며, 위더스비젼 역시 같은 기간 76억원에서 203억원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손종만 지니틱스 대표는 “많은 팹리스 기업들이 원 아이템, 원 오너쉽, 원 컴퍼니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며 “이번 합병을 통해 다양한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혁신적인 기술 차별화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