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책]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 `아이갓`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편리해진 우리 삶. 과연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편리해졌을지는 모르지만 행복해졌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함께 앉은 식탁에서 스마트폰만 쳐다보기 일쑤고,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도 못 찾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IT를 떠나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CEO와 책]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 `아이갓`

지식경영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의 고민이다. KT연구소부터 날리지큐브 창업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이 몸담으며 IT 산업을 발전시킨 역군이지만, 누구보다 고민이 많다. 답은 있다. 행복할 수 있는 지혜를 찾는 것이다.

“우리는 지식 시대에서 지혜 시대로 가는 길목에 있습니다. IT를 통해 지식을 쌓는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IT덕분에 언제 어디서든 지식은 쉽게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지혜에 더 많은 가치를 두어야 할 때입니다.”

김 대표는 이런 맥락에서 ‘아이갓(iGod)’을 추천했다.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IT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 쓴 글이지만, 기독교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김 대표의 최근 고민을 그대로 담고 있다.

책은 우리가 실시간으로 엄청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그것에 압도당하는 현실에 주목한다. 정보 가속도 문화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끊어라’고 주장하거나 ‘애플, 구글 등의 회사들이 우상화되어 간다’고 비판하는 그런 책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의 신비함을 찬양하고 선구자들을 칭송한다. 대신 IT 기술들과 우리가 어떻게 적절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있다. 기술이 선사하는 것들에 감사하지만, 동시에 그 아이갓들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표현한다.

김 대표는 “이 책은 일주일에 한번쯤은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는 ‘디지털 안식일’과 같은 작은 실천을 제안하고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이는 현상에 좀 더 많은 생각 하기를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역자와의 인연 때문이다. 크레이그 뎃와일러가 지은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KT연구소에서 상무로 일했던 황영헌씨와 그 아들 황규준씨다. 김 대표는 황 전 상무와 막역한 사이다. 두 달에 한 번씩 있는 소규모 모임에서 김 대표와 황 전 상무는 우리의 미래를 주제로 자주 토론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가 주된 주제다. 이 모임에서 김 대표는 향후 IT의 미래상을 그려간다.

이런 고민이 있기에 날리지큐브의 소프트웨어도 효율 중심에서 문화 중심으로 축이 옮겨가고 있다. 이를 테면 이렇다. 지식경영 프로그램은 과거에는 다른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솔루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보 공유를 통해 더 많이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김 대표는 “IT의 트렌드도 바뀌어가고 있다”며 “과거 소프트웨어가 성능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행복한 삶을 위해 기여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