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보조금, 퇴로 없는 최후 통첩에 이통3사 "취지공감"...각론은 이견

미래부가 CEO 거취까지 거론하며 이통 3사를 압박한 것은 더 이상 휴대폰 유통시장 혼탁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2월 국회에서 단통법 통과가 무산됐기 때문에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과열양상을 가라앉힐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미래부 초강력 조치로 다음 주부터 68일 동안 진행되는 영업정지 기간에는 일단 시장이 냉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CEO 형사처분까지 언급한 상황에서 변칙 영업을 시도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최문기 장관은 6일 이통 3사 CEO에게 “불법 보조금 근절 특단대책을 마련해 대국민 발표를 해달라”며 “단통법 제정 전이라도 법률 취지를 감안해 이용자 차별 금지, 가계통신비 완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이동통신 3사 CEO는 보조금 과열양상이 더 이상 지속되면 안 된다는 원칙에는 공감하면서도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해법을 내놨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보조금 관련 대책을 공동으로 마련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보조금 혜택을 국민 전체 편익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보조금 과열 양상이 점유율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보조금 경쟁은 누구를 손가락질하기 어렵다”며 “점점 치열해지는 점유율 경쟁 근본 문제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이 실현되려면 제조사 단말기 출고가 인하가 필수라는 의견을 내놨다.

취임 두 달째인 황창규 KT 회장은 “보조금과 관련해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현상이 벌어져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보조금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여력이 하나도 없고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며 “보조금 근절 없이 IT산업에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콘텐츠, 플랫폼 등 생태계를 주도해야 ICT 강국”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철 부회장과 황 회장은 최 장관과 만난 직후 국회 단통법 통과 불발에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유통 시장 투명화를 기치로 건 단통법이 통과되지 못해 사태가 최악으로 치달은 것에 대해 소회를 나눴다.

미래부는 단통법 국회 통과 전까지 통신사와 공동대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실무협의회 가동에 돌입한다. 보조금 투명화, 출고가 인하, 유통라인 관리 강화, 중저가 휴대폰 라인업 확대 등을 논의한다.

이 중 휴대폰 출고가 인하는 제조사와 협의를 해야 해 이번 미래부 조치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까지 여파를 미칠 전망이다.

미래부는 “보조금 공시 등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공동으로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하는 상황”이라며 “제조사와 연계해 출고가 인하 등 실질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