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시장 어디로` 서버·스토리지 중기 경쟁 제품 지정 시 업계 요동

서버와 스토리지의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 여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결과에 따라 12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업계 미칠 여파가 상당해 이해관계에 따라 크게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에 영향을 받는 분야는 공공 시장이다. 해당 품목으로 지정되면 국내 제조 기반을 둔 중소기업만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등에 납품할 수 있다. 외국계 기업과 이들 제품을 유통하는 업체는 공공 시장 진입이 사실상 가로 막힌다.

한해 1200억원에 달하는 사업 기회를 잃을 수 있는 셈이다. 시장조사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경쟁제품으로 신청된 x86 서버는 공공기관에서 연간 700억원 어치를 구입한다. 공공기관의 스토리지 수요는 약 500억원에 이른다.

전체 서버(x86 기준)와 스토리지 시장에서 각각 10~15%를 차지하는 수치로, 경기침체에 따른 IT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시장을 잃으면 큰 부담이다. 공공 분야 서버와 스토리지는 그동안 한국HP 등 외국계 기업들이 90% 이상을 공급해 이들 회사에 부정적이다. 한국HP의 국내 서버 시장 점유율은 40%가 넘는다.

외국계 기업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중기 경쟁제품 지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한국HP 관계자는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수입 제품은 공공 분야에 판매할 통로가 원천봉쇄 된다”며 “이는 자유무역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기 제조 업체들은 판로 확보를 위해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중기 경쟁제품 지정을 놓고 오는 11일 이해당사자 간 타협점을 찾는 조정 회의가 열릴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