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은 디스플레이 소재까지 도전할 시기

우리나라 수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효자였던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세가 최근 주춤하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를 보면 올해 수출 예상은 322억달러로 지난해보다 5.3% 뒷걸음질 칠 전망이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지난해 -2.4%보다 감소폭이 더 크다.

전반적으로 디스플레이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기판 유리 시장까지 과점 구조가 깨지고 경쟁 체제가 재편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준다. 소재 산업이 취약했던 우리에게도 여전히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기판 유리 시장은 LCD 시장 형성 이후 20년 넘게 세 개 기업이 삼분했다. 그만큼 기술 진입 장벽이 높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미국 코닝과 일본 아사히글라스는 모두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들이다. 이들의 유리 속에는 규사와 탄산나트륨 등 원료 이외에 연구개발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재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쌓아온 아성이 흔들리는 사례는 유리 기판 이외에도 많다. 120년 전 액정을 개발한 머크도 일본 치소와 경쟁한다. 국내 기업도 액정 국산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무리 굳건한 지위도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분야는 결코 없다.

다음으로 중국 소재 분야 진출을 보며 우리 산업의 위치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소재 분야까지 중국의 도약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이 중국은 세계 각국의 지탄을 받으면서도 관세를 비롯한 제도적인 지원까지 불사하면서 자국 산업을 육성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한국은 중국보다 확실히 우위다. 투자 의지와 공정 기술의 힘이 이를 만들었다. 하지만 소재 분야는 개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소재까지 중국에 밀린다면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중국 업체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소재는 모든 전자 산업의 근간이다.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이 재도약하려면 완성품과 모듈 부품, 소재로 이어지는 생태계에서 고루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유리 기판 독점이 깨진 지금 시점이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에 새 기회로 작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