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겨울왕국 성공 DNA는 `전통 바탕에 수용한 혁신`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사를 다시 썼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겨울왕국은 픽사의 ‘토이스토리3’에 이어 애니메이션 역사상 두 번째로 세계 흥행 수입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조만간 토이스토리3도 제친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아바타’에 이어 외화 흥행 기록 2위로 올라섰다.

[이슈분석]겨울왕국 성공 DNA는 `전통 바탕에 수용한 혁신`

◇겨울왕국, 전통 위에 새로 쌓아올린 왕국

전문가들은 겨울왕국의 기록적 흥행을 두고 오랜 세월동안 쌓아올린 전통에 혁신을 가미한 것을 성공 비결로 손꼽았다. ‘라이언킹’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계보를 이으면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자연스럽게 덧입혀졌다는 평가다.

1923년 월트 디즈니가 창립한 월트디즈니 컴패니(The Walt Disney Company)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손꼽힌다. 디즈니 영역은 애니메이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50여 편이 넘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픽사(2006년 인수), 마블(2009년 인수), 루카스필름(2012년 인수), 방송사인 ABC와 스포츠채널인 ESPN 등을 거느리는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하나다. 픽사의 ‘토이스토리’, 마블의 ‘아이언맨’, 루카스필름의 ‘스타워즈 시리즈’ 등이 사실상 디즈니라는 지붕 아래서 한솥밥을 먹는 셈이다.

디즈니는 이른바 ‘디즈니 르네상스’를 불러일으켰던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성공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경쟁사인 드림웍스가 ‘슈렉’과 ‘쿵푸팬더’를 잇달아 성공시키며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을 혁신시켰다는 찬사를 받는 동안 디즈니는 ‘신데렐라 신드롬’에 갇혀있다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디즈니는 픽사의 인수 이후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2006년 인수된 픽사는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월E’ 등을 내놓으며 한때는 디즈니의 명성을 위협하기도 했다. 디즈니는 픽사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뛰어난 CG기술 등 첨단 기술 DNA를 적극 흡수했다.

겨울왕국 대부분의 장면은 실제 겨울의 눈보라를 그대로 촬영한 영상을 기본으로 눈과 얼음만 CG로 처리해 보다 생생한 눈의 세계를 구현했다. ‘라푼젤’ ‘주먹왕 랄프’를 통해 스토리텔링과 CG기술의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던 디즈니는 겨울왕국에서 안데르센의 오래된 동화 ‘눈의 여왕’을 21세기 버전에 맞게 새롭게 각색하는 데 성공했다.

◇디즈니 최초의 여성 감독, ‘21세기 여성상’ 표현

이미 인어공주로 안데르센의 동화를 한 차례 각색하는 데 성공한 디즈니였지만 눈의 여왕에 대한 접근방식은 달랐다. 원작의 내용을 한 편의 뮤지컬로 완성시켰던 인어공주와 달리 겨울왕국은 자매애에 초점을 맞춰 대대적 각색에 들어갔다. 제니퍼 리는 여성 최초로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제니퍼 리 감독 역시 전통적 ‘디즈니 사람’은 아니다. 다양한 영화 각본 작업으로 경력을 쌓았던 그는 2012년 선보인 주먹왕 랄프의 공동 각본 작업을 맡으며 디즈니와 인연을 맺었다. 능력을 인정받은 제니퍼 리는 애니메이션 ‘타잔’의 감독 크리스 벅과 겨울왕국의 공동 감독으로 낙점 받는다.

디즈니는 2000년대 초반부터 동화 눈의 여왕의 리메이크를 추진했으나 실제 제작에 들어간 것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인 2012년이었다. 제니퍼 리는 겨울왕국에서 21세기에 맞춘 창조적 캐릭터와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 스토리텔링 방식에서 벗어나 가족애에 중점을 뒀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요 테마 중 하나였던 진정한 사랑은, 엘사와 안나의 ‘자매애’로 표현했다. 말괄량이 동생 안나의 캐릭터는 원작 눈의 여왕에서 친구 카이를 구하기 위해 눈의 여왕을 찾아가는 게르다의 용기, 결단력, 긍정, 사랑을 키워드로 만들어졌다.

원작 동화에서 악역이었던 눈의 여왕은 엘사로 바뀌면서 스토리텔링에 가장 큰 변화를 주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엘사는 눈의 여왕과 달리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떠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감당할 수 없는 초능력 때문에 괴로워하는 엘사의 모습은 ‘엑스맨’ 등 헐리우드 히어로 무비 코드와도 일치한다. 두 여성 캐릭터 모두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직접 모험에 나서는 용감한 여성으로 표현됐다.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를 끌 수 있는 스토리가 완성됐다.

최광희 영화 칼럼니스트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각색한 겨울왕국은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디즈니의 오래된 전통 위에 픽사 등의 인수를 통해 얻은 DNA를 업그레이드한 작품”이라며 “기존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벗어나 자매애를 다루고 주제가를 한국어로 부르게 하는 등 친밀도를 높이는 현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쓰면서 가족 관람객들을 다양하게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