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숫자로 비교해본 겨울왕국 vs 넛잡

[이슈분석]숫자로 비교해본 겨울왕국 vs 넛잡

지난 2일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글로벌 극장수입 10억달러(1조2000억원)를 넘겼다. 할리우드에서도 10억달러를 넘긴 영화로는 18번째다. 세계 영화의 중심에서도 최고 대박영화다. 북미지역에서만 겨울왕국 극장수입은 3억9000만달러를 돌파했다. 역대 전체 북미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순위로도 ‘슈렉2’ ‘라이온 킹’ ‘토이스토리3’에 이어 4위다.

반면에 레드로버의 넛잡은 역대 북미 애니메이션 순위 100위다. 수치상으로 넛잡은 겨울왕국의 적수가 안 된다. 하지만 우리가 넛잡과 겨울왕국을 비교하는 이유는 비슷한 시기 북미에서 개봉해 성공을 거둔 우리 작품이란 점에서다. 즉 한국 애니메이션의 해외 진출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다.

◇겨울왕국 경제적 가치 10조원

겨울왕국은 토이스토리3에 이어 애니메이션 역대 2위 수입을 올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일본 개봉을 앞둬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극장 수익 10억달러는 소나타 5만대 수출에 버금가는 규모다. 물론 수익성 면에서는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극장 수익 외에도 음원 판매, 캐릭터, 완구, 상품, 케이블과 DVD 라이선스 등 부가판권 수익은 겨울왕국이 또 다른 대박을 낼 수 있는 영역이다. 이미 영화 주제가 ‘렛잇고(Let it Go)`가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4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주인공 엘사와 안나의 캐릭터 인형은 국내에서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겨울왕국이 캐릭터 활용에 뛰어난 디즈니의 작품인 점도 사상 초유의 극장 외 수입이 기대되는 이유다.

북미 시장에서 애니메이션 부가 수익은 티켓 판매를 훌쩍 넘긴다. 일례로 토이스토리3 전체 수익은 42억달러다. 이 가운데 IPTV·케이블 TV·DVD 등으로 발생하는 부가판권 수입이 15억달러, 캐릭터 및 상품 수익이 17억달러에 이른다. 부가시장의 수입이 극장 수입의 3배를 넘는다.

드림웍스가 만든 슈렉2 역시 부가판권 시장에서 14억달러, 캐릭터로 6억5000만달러를 벌었다. 슈렉2의 극장 수입은 9억2000만달러다. 드림웍스가 별도 캐릭터·상품 판매 자회사가 없어 극장외 수입이 많지 않았지만 캐릭터 수입이 극장 수입에 버금간다.

전문가들은 디즈니가 캐릭터·상품개발 사업부를 별도로 둔 것 외에도 지구상 최대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와 연계해 조직적인 사업이 가능해 겨울왕국의 부가 수입은 천문학적일 것으로 예측했다.

박병호 한국콘텐츠진흥원 애니·캐릭터산업 팀장은 “북미 시장 애니메이션의 극장외 부가수익은 극장수익의 최소 1.5배에 이른다”며 “겨울왕국은 이미 주제가만도 상당한 수입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디즈니가 테마파크를 비롯해 탁월한 마케팅력을 보유해 장기적으로 수익은 80억달러(10조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작비 1억5000만달러의 50배에 이르는 규모다.

◇넛잡, 한국 애니 희망을 쏘다

넛잡 역시 겨울왕국에 버금가는 제작비 투입대비 높은 경제적 가치가 기대된다. 넛잡의 공식적인 제작비는 4000만달러(450억원)다. 지난 1월 개봉한 넛잡은 북미 지역 극장 수익으로 6100만달러를 올렸다. 이외 지역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6600만달러다. 제작비의 1.5배가 넘는 극장 수익이다. 이외 부가판권 시장과 캐릭터에서도 높은 성과가 기대돼 총매출은 2억달러를 넘볼 전망이다.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가치가 높고 부가판권시장 역시 극장 수익의 1.5배에 이른 점이 반영된 것이다.

겨울왕국이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6배가 넘는 수익을 극장에서 거둔 것과 비교하면 높지 않지만 넛잡의 예산을 감안하면 높은 흥행 성적이다. 특히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조차도 ‘포켓몬1’이 8500만달러 극장 수익을 올려 북미 애니메이션 부문 80위를 거둔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넛잡이 우리 애니메이션을 널리 알린 작품이자 국산 애니메이션 사상 해외진출에서 첫 이익을 남긴 작품이란 점에서도 가치가 높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국내 기업이 미국 글로벌 메이저 배급사와 계약하는 기회를 만든 것도 고무적이다. 넛잡은 북미지역 3428개관에서 상영하는 기회를 만들었고 리암 닐슨, 윌 아넷, 브랜드 프레이저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의 목소리를 출연시킨 것도 가시적인 성과다.

하회진 레드로버 대표도 “무엇보다 이번 성공에서 얻은 것은 바로 탄탄한 네트워크“라며 “오픈로드, 와이슈타인컴퍼니, 워너브라더스, 20세기 폭스 등 글로벌 메이저 배급사들과 계약해 이제는 언제든 만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쌓은 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겨울왕국 vs 넛잡

애니메이션 북미 박스오피스 순위

[이슈분석]숫자로 비교해본 겨울왕국 vs 넛잡

[이슈분석]숫자로 비교해본 겨울왕국 vs 넛잡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