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또는 이와 관련된 창조산업은 지난 2000년을 전후로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 개념화됐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 여러 국가에서 실행되면서 성공 사례를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일찍부터 창조산업에 투자한 영국이 지난 1997~2006년 기록한 창조산업 성장률은 전체 산업 성장률의 갑절을 웃도는 6.9% 수준으로 나타났다. 호주는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콘텐츠 소비 비중을 세계 1위로 끌어올렸다. 창조경제가 분명히 실체를 갖추고 있다는 증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14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다양한 산업 분야의 ‘창의성’이 국가와 개인의 부와 행복을 결정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광고야말로 창의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 현실을 들여다보면 창조경제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을 향한 홍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광고산업도 마찬가지다. 영국 문화부, 국제연합(UN), 세계지식재산권기구, 일본 노무라연구소 등은 빠짐없이 광고산업을 창조산업의 독립된 영역으로 분류한다. 광고산업이 창조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우리나라 광고업 종사자는 많지 않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7월 창조경제의 핵심은 ‘상상력’이라고 정의했다. 광고의 생명은 창의성이며, 창의성의 핵심은 아이디어이며, 아이디어의 원천은 상상력이다. 창조경제 시대에 광고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광고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거나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에서 사라져가는 상품을 되살릴 수 있는 획기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한 차별화된 마케팅 기법을 광고주에게 제공하며, 현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잘 만들어진 광고 캠페인 한 편은 창조경제가 추구하는 핵심 목표인 일자리·내수 창출에도 기여한다. 이런 사례는 국제 광고제에 출품된 다양한 광고 캠페인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광고산업이 창조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광고업계에 충분히 알려야 한다. 광고인들과 인식을 공유하고, 광고인들의 상상력을 총동원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물론 스마트 미디어 시대를 맞아 광고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각 부처는 광고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간헐적으로 개최하는 간담회·토론회만으로는 광고업계가 당면한 현재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산·학·관 협의체를 구성해 광고업계의 다양한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야 한다. 각종 규제 완화, 유통환경 개선, 인력양성, 국제교류 강화 등을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해 관련 정책을 실행해 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지금 우리나라 광고산업은 성장 정체기에 빠지면서 수년째 9조원대 규모에 머물러 있다. 광고산업이 10조원, 또는 그 이상으로 신명나게 성장해야 스마트 미디어 시대에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투자 여력을 갖춘 미디어는 국민에게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한류 열풍에 태워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 규모도 한층 확대할 수 있다. 광고는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불쏘시개’와 같다.
박원기 코바코 광고산업연구소 책임연구위원 wkpark99@koba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