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없애는 美 통신업 구조변화, 애플·삼성·LG에 부정적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미국 통신사가 선보인 무보조금 요금제 종류

미국 통신시장이 일대 전환기를 맞았다. 보조금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통신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휴대폰 교체주기가 짧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 애플, LG전자 등 고가폰 제조사에는 불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7일 AP는 통신사 T-모바일의 보조금 지급 중단 발표에 이어 1·2위 버라이즌, AT&T도 잇따라 보조금 축소 방안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케이츠 T-모바일 부사장은 “통신 요금은 숨겨진 월 비용 때문에 혼란을 가중시켜 왔다”며 “많은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200달러로 오인하게 만들고 통신사가 얼마나 많은 보조금을 지불하고 있는지 깨닫지도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조금은 마약’이라 빗대며 “소비자를 붙들어 매는 쉬운 방법이었지만 족쇄를 채우고 머물기를 강요했던 것”이라 묘사했다. 보조금이 없다면 통신사가 더 좋은 서비스와 가격으로 소비자를 끌어 모으려고 노력할 것이란 설명이다.

AT&T는 지난달 가입자의 가족이 가입하면 10GB의 데이터를 월 175달러(약 18만6000원)에 최다 5명이 사용 가능한 패밀리 요금상품을 내놨다. 보조금은 없앴다. 버라이즌이 지난달 내놓은 ‘모어 에브리싱(More Everything)’ 요금제는 데이터·스토리지, 국제전화 혜택과 옵션을 크게 늘리면서 통신료는 낮췄다. 대신 보조금을 줄였다.

보조금 없는 스마트폰 교체 프로그램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버라이즌의 ‘에지(Edge)’, AT&T의 ‘넥스트(Next)’, 스프린트의 ‘이지페이(Easy Pay)’가 대표적이다. 2년 약정이 끝나기 전에 기존 스마트폰을 가져가면 보조금 지원 없는 새 스마트폰으로 교체해준다. 기기값은 내지만 할부 착수금과 개통비, 교체비가 없으며 할부 중단에 따른 페널티도 없다. 통상 절반 이상을 납부한 경우 가능하다. 모든 기기를 보조금 없이 파는 T-모바일도 월 10달러의 ‘점프(Jump)’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같은 혜택을 준다. 통신사로서는 보조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고 스마트폰 요금 전부를 소비자가 한번 혹은 할부로 내는 식이다.

미국 이통사들의 이 같은 변화는 통신산업 부흥을 위해 필요했던 보조금이 없어져야 할 시기라는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AP는 “보조금을 없애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그간 보조금이 소비자를 끌어모으며 통신산업을 키워왔지만 이제 모든 미국인이 휴대폰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정책변화는 고가 단말기 제조사인 애플·삼성전자 및 LG전자에 불리할 것으로 분석한다. 데일리파이낸스는 “가입자가 새 제품을 살 때 650달러(약 69만원)짜리 아이폰5S 보다 350달러(약 37만원)짜리 넥서스5와 330달러(약 35만원)짜리 모토X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24개월 할부라도 저가폰에 더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스마트폰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은 보조금 폐지의 긍정적 효과로 평가된다. 과거 보조금을 받는 미국 소비자는 통상 200달러(약 21만원)의 선금을 주고 600달러(약 64만원)가 넘는 스마트폰을 샀다. 2년 약정제로 가입해 돈을 아낄 수는 있었지만 수 년간 한 스마트폰만 써야 했다.

표. 주요 통신사가 선보인 무(無) 보조금 요금제 종류 (자료:외신 취합)

‘보조금’ 없애는 美 통신업 구조변화, 애플·삼성·LG에 부정적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