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정체, 생산기지 해외 이전, 글로벌 시장 경쟁 심화, 신성장동력 부재…’
정도와 간격의 차이만 있을 뿐 2000년대 이후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의 제조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독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업 혁신 정책 ‘인더스트리4.0’을 추진 중이다.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대한민국 제조업이 참고서로 활용할 만한 좋은 교재여서 주목된다.
10일 방한한 독일 인더스트리4.0 전문가들은 국내 제조업 시스템에 훈수를 던졌다. 이들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서울 테헤란로 한국기술센터에서 개최한 ‘한독 제조혁신 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인더스트리4.0 프로젝트를 기획·수행 중인 볼프강 프린츠 독일 프라운호퍼 응용정보기술연구소(FIT) 부원장과 데틀레프 츌케 독일연방인공지능연구소(DFKI) 교수는 대한민국 제조업이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빠르게, 스마트하게, 조화롭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린츠 부원장은 행사에 앞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 행태 변화로 계속 짧아지는 제조·개발·생산 주기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세계 모든 나라 제조업이 안고 있는 고민”이라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빠르고, 스마트한 생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빠른 생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기존 설비를 모두 뜯어낼 수는 없으니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해 새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든 혁신 주체가 조화롭게 협력해 시너지를 낳는 것도 주요 과제로 지적됐다. 프린츠 부원장에 따르면 인더스트리4.0 프로젝트는 민관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참여하지만 특정 기관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형태는 아니다. ‘팍타궁(Fachtagung)’으로 불리는 일종의 전문위원회에서 폭넓은 의견 수렴과 협력이 수시로 이뤄진다.
츌케 교수는 “인더스트리4.0은 제조업의 미래 비전”이라며 “표준화, 소비자 요구 반영, 스마트 팩토리, 폭넓은 네트워크 구축 등으로 제조업의 새로운 발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사를 주최한 정재훈 KIAT 원장도 “ICT를 생산시스템에 효과적으로 적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조업 혁신을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