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新유통으로 가자]<하>장기 처방

전문가들은 휴대폰 유통을 둘러싼 혼란을 끝내기 위해서는 보조금 중심의 유통 경쟁시스템을 바꿀 법 제도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대안으로 꼽힌다.

상반기 국회 통과가 무산된 단통법은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이 가능하다. 단통법의 취지는 제조사-통신사-유통가로 이어지는 휴대폰 보조금 지급 흐름을 양성화 하는 것이다. 이를 어길 시에는 형사처벌 등 단호한 제재가 따른다.

단통법 시행은 유통 구조를 투명화하는 차원에서 보조금 과열 경쟁을 잠재울 중장기적 대안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양성화와 강력한 규제라는 단통법의 두 가지 핵심기능이 정부 최종 목표인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줄어든 보조금이 통신료 인하에 쓰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보조금 경쟁을 두고 “경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데 누구 하나를 손가락질 하기 어렵다”며 “결국 시장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한 경쟁인데 인식전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통신사 CEO가 나서 인식전환을 말했지만 사실상 0.1% 점유율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통신사가 자발적으로 시장을 정화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통신사 관계자는 “5:3:2 점유율이 깨지는 것은 곧 누군가가 도태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사업정지를 무릅쓰고 보조금 경쟁에 나서는 데에는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 자리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통신사 점유율 경쟁구도를 요금경쟁으로 전환하기 위해 현행 요금 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동통신 지배사업자 SK텔레콤은 통신 요금제 출시 시 정부 인가를 거친다. 이후 KT,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 인가 요금제와 똑같은 요금제를 출시하며 요금제에서 경쟁력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인가제를 폐지하면 완전한 자율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현재 6월을 목표로 통신 요금제도 개선 로드맵을 수립 중이다. 인가제 개선도 광범위한 차원에서 검토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아직 논의가 설익은 단계”라며 “가계통신비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완전 자율 경쟁체제 부작용으로 시장 혼탁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통신사 수익성 악화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금력이 약한 후발사업자가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통신사 관계자는 “완전 자율경쟁의 핵심은 통신사가 요금은 물론이고 서비스와 콘텐츠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느냐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율 경쟁체제 안에서도 점유율 싸움으로 제살을 깍아 먹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금제도 개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점유율 경쟁으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고 현 구도 아래에서 통신사 경쟁력 제고도 어렵다”며 “요금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현재 통신사 경쟁구도 범위를 넓히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