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캐나다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8년 8개월 만에 타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세계 14대 경제대국 중 9개국과 FTA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1위 경제규모인 캐나다에 자동차와 부품, 가전제품 등의 주력 품목 수출 확대가 기대되지만 육류 수입 증가 등으로 농축산 부문 피해가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FTA 체결을 공식 선언했다.
양 정상은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서 “한-캐나다 FTA는 상품, 서비스 및 투자 분야에서 접근 증대, 각각 시장에서 예측 가능성 및 투명성 제고, 비관세 조치 규범과 상호 관심 분야 협력강화를 포함, 사실상 양국 교역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1세기형 무역협정으로 태평양을 가로질러 양국 간 교역·투자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양국 국민에게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해줌은 물론이고 수출 기회 증대와 혁신적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에드 패스트 캐나다 통상장관 등 양측 통상대표단은 서울에서 개최한 통상장관회담에서 FTA 타결에 합의했다.
캐나다는 한국의 열 두 번째 FTA 협정국이 됐으며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캐나다와 FTA를 타결하게 됐다. 양국 협정문 서명과 국회 비준을 거쳐 내년 발효가 예상된다.
양국은 협정 발효 후 10년 안에 대다수 품목의 관세를 매년 균등 인하하는 방식으로 없애기로 했다. 품목 수 기준으로 양국 모두 97.5%, 수입액 기준으로는 한국 98.7%, 캐나다 98.4%의 관세를 철폐한다.
캐나다는 현재 6.1%인 자동차 수입 관세를 협정 발효 시점부터 낮추기 시작해 24개월 뒤 완전히 없앤다. 자동차부품(관세율 6%), 냉장고·세탁기(6~8%) 등 가전제품은 세부 품목에 따라 발효 즉시 또는 3년 안에 관세가 철폐된다.
한국은 쌀, 분유, 치즈 등 211개 품목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되 쇠고기(40%)는 15년, 돼지고기(22.5~25%)는 세부 품목별로 5년 또는 13년 안에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하게 된다.
개성공단 제품은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만들어 한국산 인정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자국 산업 보호조치를 할 수 있는 양자 세이프가드와 한미 FTA 등에서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도입도 합의했다.
정부는 호주에 이어 캐나다와의 FTA 협상 타결로 축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캐나다는 한국의 제25위 교역 상대국으로 두 나라는 2005년 7월 FTA 협상을 시작했다. 2009년 4월 캐나다가 쇠고기시장을 개방하라며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5년가량 협상이 중단되는 등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FTA 협상 중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