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케이블TV에 8VSB 허용···아날로그 방송 고화질로 본다

정부가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가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을 고화질(HD)로 시청할 수 있는 8레벨 측파연구대(8VSB) 전송 방식을 전격 도입한다. IPTV·위성TV 등 경쟁 사업자보다 디지털 고화질 방송 경쟁에서 뒤진 케이블 방송 업계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는 11일 아날로그 유료방송 이용자의 디지털 방송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케이블 방송의 8VSB 변조방식 허용을 추진하기로 하고 행정 예고했다. 국내 디지털 TV 전송 방식인 8VSB는 한 채널당 6㎒ 대역폭을 사용해 아날로그 케이블에서 HD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디지털방송 재송신에 이미 8VSB 변조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케이블의 8VSB를 제한해온 것이 비정상이었다”며 “미래부가 발표한 케이블 방송의 8VSB 변조 방식은 이런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부는 지난 2002년 케이블 방송이 제공하는 지상파 디지털방송 재송신에 한해 제한적으로 8VSB를 허용했다.

미래부 8VSB 도입·운용 방안에 따르면 케이블TV 사업자는 8VSB 도입 후 아날로그 케이블 TV 상품별 채널 수와 요금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기존 아날로그 상품 이용자 시청권을 보호하고, 그동안 8VSB 도입 시 발생하는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프로그램공급자(PP) 시장 퇴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SO는 아날로그 케이블 방송 상품을 8VSB로 전환 시 이용자에게 디지털 전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날로그 TV를 보유한 가입자가 8VSB 상품을 시청하는 데 필요한 ‘디투에이(DtoA) 컨버터’ 비용은 SO가 자체 부담한다. 정부는 쾀(QAM) 방식으로 규정된 디지털 종합유선방송국 설비의 대역 내 채널 변조방식 조항에 8VSB를 추가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케이블 방송 업계는 정부의 8VSB 변조 방식 허용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IPTV 등 스마트 미디어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케이블 사업자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고화질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케이블 사업자는 자체 보유한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 수와 사업 전략을 고려해 8VSB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정 가구 수를 묶은 셀(Cell) 단위로 8VSB 전환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자체 보유한 아날로그 가입자 수에 따라 별도 전환 계획이 필요한 데 따른 조치다.

CJ헬로비전 관계자는 “8VSB는 디지털 방송과 달리 단방향 서비스기 때문에 가입자에게 주문형 비디오(VoD) 등 방송 상품을 제공하기 어렵다”며 “우선 호텔, 병원 등을 중심으로 부분 전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20일 동안 행정 예고를 거쳐 기술기준 개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오는 6월까지 변경허가·준공검사·약관 신고·요금 승인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미래부 측은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858만명에게 디지털 방송을 제공함은 물론이고 국민 방송 복지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며 “여유 주파수 대역을 확보해 차세대 방송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