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블랙박스, PHS 등 통신 기술...재난통신 대안으로 각광

“언제까지 ‘블랙박스 회수’ 타령만 할 건가” “재해 앞에 속수무책인 ‘스마트폰’은 뭐 하러 들고 다니나”

실종 나흘째를 맞은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동일본 지진 3년째를 맞아 주요 외신이 연일 ‘차세대 재난통신’을 화두로 제시하고 나섰다.

◇‘라이브 블랙박스’가 희망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존 항공기 블랙박스에 위성통신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라이브 블랙박스’를 항공기 재난사고의 대안으로 꼽았다.

현행 블랙박스는 사고 현장에서 회수가 어렵고, 찾아낸다 해도 내장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에만 평균 1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에 라이브 블랙박스는 위성통신을 활용, 현재 비행 중인 항공기 엔진과 시스템 성능을 비롯해 조종사의 지시내용, 자동항법장치 결함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지상 관제탑에 전송한다.

관제탑은 이를 토대로 기체의 각종 이상 유무를 조종사에게 실시간으로 인지시킨다. 또 이를 데이터센터에 바로 저장, 항공 사고 발생 시 이를 정밀 분석해 기체의 최종 위치나 사고 원인 등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전직 항공기 수석조사관인 앨런 딜은 월스트리트와의 인터뷰에서 “항공사고 때마다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블랙박스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이미 주요 항공사가 승객에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인 만큼 ‘항공기→위성→지상시스템’ 커뮤니케이션은 개발이 어려운 기술도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다. 각국 항공사는 소프트웨어와 장비 업그레이드 비용 때문에 신기술 탑재를 주저한다. 약 2만대에 이르는 전 세계 상업용 비행기에 이를 적용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시카고의 로버트 클리포드 변호사는 “지난 2009년 23개월 만에 찾은 에어프랑스 블랙박스 회수에 이어 이번 말레이항공 사고로 어느 때보다 기존 블랙박스의 대안이 요구된다”며 “매번 수색에 소요되는 잠재적 지불비용을 감안하면 ‘라이브 블랙박스’가 오히려 경제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물간 ‘PHS’, 다시 인기

이날 산케이신문 역시 동일본 대지진 3주년을 맞아 보도한 기획기사에서 현존하는 통신기술 가운데 ‘개인 휴대폰 서비스(PHS:Personal Handyphone Service)를 지진·쓰나미 등 재해발생 시 가장 이상적인 수단으로 꼽았다.

‘간이휴대전화(피치)’라고도 불리는 PHS는 가정용 무선전화기에 디지털 방식을 적용, 휴대폰처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1997년 ‘씨티폰’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됐다. 배터리가 오래가고 일반 휴대폰보다 요금이 싼 것이 특징. 하지만 시속 30㎞ 이상의 속도로 이동 시 통화가 끊기고 고층빌딩 사이에서는 통신환경이 불안하다는 등의 단점 때문에 2000년대 들어 사용자가 급감했다.

하지만 저렴한 초소형 기지국 장비를 수십~수백m 간격으로 촘촘히 설치할 수 있어 재난 발생 시 불통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적다. 3년 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첨단 스마트폰은 먹통이 돼도 PHS만은 정상 통화됐다. 배터리 수명이 길다는 점 역시 유사시 강점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최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2009년 파산한 PHS 사업자(윌콤)를 전격 인수했다. 총무성도 오는 10월부터 일반 휴대폰과 PHS 간 번호이동을 허용키로 하는 등 ‘PHS 살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