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성공을 돕는 문제상황 탈출법]<9>사일로 효과 제거법

앞에서는 친한 척, 뒤에서는 으르렁, 부서 이기주의 어떻게 없앨까?

매년 급격한 성장을 거듭한 B사는 이제 지역사업부만 해도 수십개다. 이렇게 회사가 커지다 보니 직원들은 회사 전체보다는 자기 부서 입장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업무 외에는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게다가 조금만 잘못되면 다들 다른 부서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기 바쁘다. 그렇다 보니 부서 간 오해가 심해져 앞에서만 친한 척하고, 뒤에서는 서로 험담을 하며 으르렁댄다. 회사의 분위기와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골치 아픈 부서 간 이기주의를 없애는 방법은 없을까.

조직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부서 이기주의와 팀 간의 장벽을 ‘사일로 효과(Silos effect)’라 부른다. 사일로는 원래 곡식과 목초를 저장하는 길쭉하고 밀봉된 원통형 구조물을 일컫는데, 부서 간에 협력하지 않고 서로 자기 이익만 주장하는 모습이 마치 사일로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011년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기업의 소통을 가로막는 장벽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개인과 부서 이기주의’란 대답이 32.1%에 달했다. 실제로 많은 리더가 사일로 효과가 조직의 성장을 막는 원인이며, 이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직원들이 부서만 생각하지 않고 전사적으로 단합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디지털 방송수신기 생산 업체인 휴맥스는 일곱 명의 사회 초년생이 모인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100명 규모로 회사가 성장하자 불청객 사일로 효과가 찾아왔다. 이에 휴맥스는 ‘소니를 이기자’는 슬로건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사무실 곳곳에 이 글을 붙여두고 공동 목표에 직원이 함께 몰입하게 만든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휴맥스는 디지털 방송수신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섰다.

미국 컨설팅회사 대표인 패트릭 렌시오니는 저서 ‘사일로스’에서 기업이 위기상황에 닥치면 직원들이 똘똘 뭉치게 되고 사일로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직원 모두의 관심과 에너지를 끌어들일 수 있는 공통의 목표야말로 사일로를 무너뜨리는 최고의 무기라는 것이다.

또 다른 해결방법으로 협력과 보상을 연계하는 시스템도 효과적이다. 1990년대 초 루 거스너가 IBM의 사장이 되었을 때 사업부 사이에는 부서 이기주의가 활개치고 있었다. IBM 영업직원이 본인의 성과에만 집중하다 보니 심지어 고객 앞에서까지 타 사업부 제품을 비방하는 사례도 생겼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거스너는 부서 간에 얼마나 협력하는지, 회사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를 근거로 급여를 책정했다. 자연히 사업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고, 부서나 지역을 불문하고 하나의 통합 솔루션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여러 부서가 참여하는 다기능 팀을 만들거나 경영진에서 주도한 전사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각기 다른 부서의 직원이 섞여 일하면 서로 가까워지고 전사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문제상황은 영국의 석유회사 BP가 1995년에 실제로 겪었던 일을 각색한 것이다. 전 세계 석유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던 BP는 사업부 수만 150개에 달해 소통이 잘되지 않자 150개 사업부를 13개씩 나눠 ‘동료집단’을 만들었다. 또 도움을 요청하는 팀에 다른 팀의 경험이나 조언, 지식을 공유하는 미팅과 워크숍을 열었다.

그러자 동료집단의 사업부끼리 기술적 이슈를 공유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돕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되었다. 특히 성과가 좋은 상위 3개 사업부가 하위 3개 사업부를 도와주게 하면서 협력체계가 더욱 강화됐다. 이러한 유기적 협력은 점차 BP만의 끈끈한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일로 효과는 어느 조직에서나 크고 작게 발생할 수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속담도 있듯 사일로 효과를 무심코 간과했다가는 조직이 파멸로 치달을 수 있다. 사일로 효과를 물리치기 위해 공통의 목표 세우기, 협력과 보상 연계하기, 여러 부서들이 참여하는 다기능 팀 만들기, 전사 협의체 만들기 등 부서 간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