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혁신](https://img.etnews.com/photonews/1403/540307_20140312163302_452_0001.jpg)
데스크톱 퍼블리싱은 1990년대초 유행하던 용어다. 탁상출판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이것에 당시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개인용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나 따끈따끈한 인쇄물을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었다.
카메라의 혁신은 이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디지털카메라는 복잡한 인화절차를 거쳐야만 했던 필름카메라의 기억을 순식간에 지워버렸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3D프린팅은 더 충격적이다. ‘찍어낸다’라는 의미만 같을 뿐 탁상출판과 카메라가 원자폭탄이면 3D프린팅의 혁신은 수소폭탄급이다. 전자가 평면에 구현하는 2차원 프린팅이라면 후자는 손에 잡을 수 있는 3차원 입체 프린팅이기 때문이다.
3D프린팅은 설계도만 있으면 어떤 물건이든 찍어낼 수 있다. 커피잔과 같은 생활용품에서 자동차와 인체조직까지 찍어내지 못할 물건이 없다. 혁신도 이런 혁신은 놀라움 자체다.
네덜란드 반고흐 미술관은 반고흐의 명작 5점을 3D프린터로 복제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도 세계 최초로 공룡 화석을 3D프린터로 복제했다. 독도 3D 입체 모형도 만들어냈다.
지난 1월 열렸던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는 TV나, 웨어러블기기, 자동차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혁신이란 찬사를 받을 만큼 호평은 없었다. 오히려 혁신은 구석자리에 마련된 3D프린터 테크존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혁신의 시대다. 3D프린팅은 물건의 제조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산업과 사회에 엄청난 변화와 파장을 몰고올 것이 틀림없다.
3D프린터의 대중화는 누구나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총기와 폭탄 등을 불법 제조해 범죄에 악용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지문이나 얼굴까지 무단 복제해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도 있고, 모조품이 판 칠 가능성도 높다. 금형과 같은 전통적 뿌리산업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빛이 밝을수록 그 뒤에 드리워진 어둠은 짙고 깊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3D프린팅의 몰고 올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다. 선제적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기존 산업과의 갈등을 줄이기 위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