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오일허브 구축...60조원 경제효과 노린다

2020년까지 울산과 여수에 3660만배럴 규모 오일탱크터미널이 건설된다. 석유거래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석유 트레이더 전문업역 신설과 외국인 투자 세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대규모 저장시설과 획기적 거래 규제 완화로 급부상 중인 동북아 에너지 시장 주도권을 쥔다는 청사진이다.

오일허브 개념도
오일허브 개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동북아 오일허브 추진 대책’을 발표했다. 오일허브는 대규모 석유정제·가공·저장시설을 기반으로 석유거래·물류·금융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국제 석유거래 중심지다. 정부는 울산·여수를 중심으로 석유 중계가공무역을 활성화해 세계 4대 오일허브로 등극하고, 2020년까지 동북아 에너지 중심 국가로 새로운 위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오일허브 구축은 △상업용 저장시설 확보 △석유거래 관련 규제완화 △트레이더 유치 인센티브 제공 △석유거래 관련 금융인프라 구축 4개 분야로 추진된다.

저장시설은 2조원 민자 투입으로 연간 최대 4억배럴의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3660만배럴 규모 탱크터미널을 건설한다. 이미 820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여수 터미널은 건설이 완료됐고, 울산은 2016년까지 990만배럴 규모의 저장시설과 2020년까지 1850만배럴 규모 석유물류 인프라를 구축한다. 여기에 정부시설의 민간 대여로 2000만배럴의 저장시설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세계 3대 오일허브 중 하나인 싱가포르 오일허브를 능가하는 규모다.

산업부는 오일허브 구축으로 단기적으로는 3조6000억원, 장기적으로는 60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 트레이더 유치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해외 석유 트레이더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할 때 첫 5년간 10∼22%의 법인세를 면제하고 이후 2년간은 50% 감면하기로 했다. 석유와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정제업·수출입업·판매업 외에 석유트레이딩업 관련 규정도 신설한다. 글로벌 상품트레이딩 전문과정도 마련해 자격증을 부여하는 등 국내 트레이딩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원유·석유제품의 복잡한 세금 징수·환급체계도 단순화한다. 현재 원유를 수입할 때 관세와 수입부과금을 징수하고 이를 석유제품으로 정제해 수출할 때 징수된 세금을 돌려준다. 개선안은 수입할 때는 일절 세금을 징수하지 않고 원유를 정제한 뒤 내수용으로 사용되는 석유제품에만 관세·수입부과금·유류세 등을 일괄 징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절감되는 행정·금융비용이 연간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석유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석유류·파생상품 트레이딩 사업은 외국환거래 신고 의무를 완화하는 내용의 금융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김준동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글로벌 석유거래 시장이 동남아와 동북아로 분리되고 있다”며 “시대적 기회요인을 활용한 오일허브 구축으로 동북아 시장의 에너지 수요를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일허브 구축 대책은 시설 확충 계획과 함께 석유거래 활성화를 저해하는 현행 제도의 개선도 담고 있다. 정제시설을 보세공장으로 지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는 제품이 일단 통관되면 수출 목적으로 다시 보세구역에 반입될 때 운송과 가공 관련 제한이 많았다. 하지만 정제시설이 보세공장으로 바뀌면 애초부터 통관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정제·가공·운송·수출이 가능하다.

세계 석유거래 시장 흐름도 긍정적이다. 그동안 아시아 석유거래 중심지는 싱가포르였다. 하지만 최근 동북아 석유물동량이 급등하면서 싱가포르의 영향력이 약해지며 이 지역을 위한 신규 오일허브 수요가 커지고 있다. 산업부는 중국의 얕은 항만 수심과 내수에 미치지 못하는 정제력, 일본의 높은 물류비와 태풍 등을 감안하면 한국이 새로운 오일허브의 적격지라는 분석이다.

오일허브가 구축되면 사회적으로는 유통시장 투명성과 소비자 이익이 증대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북아시아의 석유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동북아시아에서만 거래되는 유종도 싱가포르의 가격이 책정됐다. LNG 가격도 유가와 연동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LNG 가격 안정화도 예상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석유 저장량 확대로 에너지 안보를 제고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