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묵은 사업 경험을 젊은이와 공유해 그들을 도와야 하지 않을까. 나이 든 기업가의 책무 같은 걸 느꼈다. 60년,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들려면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를 글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자랑이나 변명이 아니다. 패기에 찬 젊은 기업가에게 내미는 사업 성공의 작은 실마리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차현배 제이씨현시스템 회장이 이 책, ‘생존의 법칙’을 쓴 이유다. 제이씨현시스템 30년의 사이사이에 끼워 둔 ‘보람’으로부터, 100년 가는 기업을 위한 경영 밑돌을 함께 찾자는 것이다. 후배 경영인을 위한, 궁극적으로 사회를 위한 선배 기업가의 책임 의식이다.
책임 의식은 제이씨현이 전개한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그대로 내보이는 것으로 이어졌고, 알토란같은 고언으로 분출했다.
“필라(PILLAR)로 경영하라.”
열정과 통찰력으로 기업의 기둥(필라)을 세우라는 얘기다. ‘필라’로 30년, 60년 넘어 100년을 버틸 대들보를 지탱하라는 것. 열정과 통찰력에 더할 ‘필라’가 이 책에 오롯하다.
“피비린내(PBILLN)를 지워라.”
돈과 눈먼 기술에 매이지 말라는 얘기다. ‘피비린내’를 경계하라는 것.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돈과 눈먼 기술뿐만 아니다. ‘피비린내’를 제대로 감지할 때 이 책의 모자람이 없다.
1947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저자는 기울어진 집안 사정을 감안, 덕수상고에 진학한다. 하지만 배움에 대한 열망은 버릴 수 없었다. 결국 어렵게 준비한 끝에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에 진학한다. 대학을 마친 뒤 농협중앙회에 들어간 저자는 그때 쌓은 무역업 경험을 살려 1978년 ‘선경’으로 일터를 옮겼고, 삼보컴퓨터 PC의 수출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눈을 떴다. 이는 결국 창업으로 이어져 1984년 제이씨현시스템의 전신인 ‘현컴퓨터’를 세웠다.
이 같은 과정을 오랜 기간 옆에서 지켜봐 온 저자의 오랜 지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이 책에 대해 “부침이 심한 IT 업계에서 이룬 지난 30년간의 도전의 법칙이자, 매일 청년 같은 차현배 회장이 젊음을 유지하는 청춘의 법칙이 책 속에 녹아 있다”며 “시대적 배경과 시장 변화에 따라 40여 개 사업과 기술에 도전하며 시행착오와 성공으로 이어 가는 경험은 많은 학생과 창업가, 기업인에게 지혜를 갖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씨현은 마케팅이 강한 회사로 꼽힌다. PC 부품과 멀티미디어 주변기기, 통합 배선, 정보 보안 솔루션으로 잔뼈가 굵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을 체득했다. 체력을 다진 뒤로 자동차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과 모니터 같은 새 제품을 발 빠르게 선보이며 몸집을 키웠다.
연간 매출 10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한 제이씨현시스템은 지난달 창립 30주년을 맞아 새 출발을 꾀하고 있다. 이 책은 제이씨현의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밑돌인 셈이다.
차현배 지음. 북콘서트 펴냄. 1만5000원.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