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가 서버사업 강화를 위해 23억달러를 들여 의욕적으로 인수한 IBM 중국 선전공장이 ‘반쪽 짜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13일 파이낸셜타임즈는 선전공장 직원 절반 이상이 퇴사를 결정, 결국 레노버는 숙련된 노동자가 없는 ‘깡통 공장’만 껴안게 됐다고 보도했다.
IBM의 저사양 서버사업 정리계획에 따라 레노버가 선전공장 등 서버사업장을 인수키로 한 것은 지난 1월. 하지만 그 사이 회사 매각에 반대하는 선전공장 직원 20명을 IBM이 강제 퇴직시키자, 1000여명의 동료 근로자들이 즉각 파업에 돌입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노측 변호사인 유안 이는 “근로자들은 IBM을 상대로 합리적인 퇴직 위로금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했고, 결국 사측이 제시한 제안을 과반수 직원들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IBM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근로자들은 레노버로 이관 조치될 것”이라며 “태업 등 일부 작업 거부자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징계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IBM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 근로자들의 이탈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선전공장 근로자인 치 샤오동씨(25)는 “중화전국총공회(ACFTU) 등 국가기관에 이번 사태 해결을 요청했지만, IBM의 대정부 로비에 막혔다”며 “공장 곳곳에 설치된 CCTV로 항상 감시받는 것도 힘들다. 퇴직금 받아 고향인 시안으로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샤오동씨에 따르면 7년차 숙련공인 그가 받는 퇴직금은 일시불(6000위안)을 포함해 총 6만 위안(약 1000만원)이다. 계속 근무할 경우 8500위안의 연봉을 받는다. 레노버로의 이직을 결정한 직원들에게는 2만1000~3만6000위안이 내달 일괄 지급된다.
레노버 측은 “직원고용 승계 등 IBM과의 사업인수 계약조건은 비공개 사항”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