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통신장비산업 육성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산업 중요성에 비해 국내 환경이 열악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통신장비산업은 자체 성장 잠재력은 물론이고 전후방산업 연계효과와 사회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국가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핵심 기간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통신장비 시장은 세계 시장과 비교할 때 1% 수준밖에 안 된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을 받치는 기간산업이 매우 취약한 상태다.
정부는 우선 공공기관부터 국산 장비 도입을 늘려갈 방침이다. ICT특별법 시행에 따라 품질인증제와 우선구매제도를 시행하고 조사체계(수요예보-계약-도입) 정비 등으로 중소업체 장비 보급 확산을 꾀한다. 매년 3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대상 장비 수요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기가인터넷망 보급, IPv6 확산 등 국책사업에서 검증된 국산 네트워크 장비 보급을 늘린다.
보안과 연계해 산업을 키우겠다는 전략도 시행된다. 국방, 외교, 안보 등 정부 주요기관에 외산 장비가 도입되며 내부정보 유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네트워크보안연구반과 함께 취약점 분석과 강화방안을 도출하고, 이를 국가정보원 보안규정에 반영하는 것을 추진한다. 동시에 올해 하반기까지 보안기술 개발 중장기 로드맵을 확보할 방침이다.
그동안 각개격파 식으로 진행되던 해외 진출은 교환, 전송, 클라우드 등 각 솔루션을 묶어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호환성과 품질이 검증된 국산 장비는 공동브랜드 ‘K-NET’(가칭)을 붙여 공신력을 높인다.
하지만 통신장비산업 육성책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연구개발(R&D), 마케팅 자금력을 극복할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년 수십조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붓는 시스코(2012년 기준 26조8000억원), 에릭슨(15조7000억원), 화웨이(15조 6000억원) 등 글로벌업체에 비교하면 국내 대표기업 투자는 1%에도 못미친다.
글로벌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으로 ‘선구축·사후 장기정산’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통신장비업체 한 사장은 “통신장비산업 취약점 해소는 단순 선언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수출 보증, 보험 등 자금 동원에서 가능한 국가적 지원이 모두 이루어져야 목표한 바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