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만화로 자국 농업 부흥시킨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만화’ 콘텐츠로 자국의 젊은 기업형 농업가를 키우는 전략을 구사해 눈길을 끈다. 농촌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이 농촌생활 및 농업가의 삶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원소스 멀티유즈’의 대명사인 만화를 내세웠다.

아베 총리, 만화로 자국 농업 부흥시킨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본 정부가 농촌을 무대로 젊은이들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다양한 만화 콘텐츠에 상을 주는 등 만화 장르를 일본 농업 부흥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해 12월 일본 농림수산성 주관 만화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만화 ‘은수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은수저는 최근 3년간 일본에서만 1500만부 이상 판매되면서 만화 업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작품으로 기록됐다.

은수저는 일본 북부 홋카이도의 한 농업고등학교에 다니는 농부 지망생이 등장한다. 주인공은 주입식 교과과정에 환멸을 느껴 학교를 떠나 기숙사 제도인 농업학교에 등록한다. 이 곳에서 농사를 짓는 것도 입시만큼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해 7월에는 TV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됐으며 이달 7일 영화도 개봉됐다. 또 다른 인기 만화 ‘모야시몬: 농업이야기’는 새로운 사케를 만들려는 농업대학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인기 만화에 상을 주면서 만화 제작을 더욱 장려하고 있다. 요시카와 다카모리 일본 농림수산성 부대신은 은수저 영화 개봉 행사에서 “이 영화가 농업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본 농업은 ‘젊은 피’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종사자 중 3분의 2가 60세 이상이며 이 중 상당수는 후계자가 없다. 경작되지 않는 농토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베 총리가 원하는 진취적인 기업가형 농부 캐릭터도 일본 만화에 다수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젊은이의 농촌 기피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적어도 만화에서만큼은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일본에 대규모 협동 농장을 만들어 농촌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이 이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일본이 참여해도 일본 농업이 생존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