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130조원의 거대 전력그룹사 대이동이 시작됐다. 전력산업구조개편 이후 13년에 걸친 삼성동 시대를 마감하고 한전과 전력그룹사가 사실상 완전 결별하게 된 것이다. 한전의 컨트롤 기능 상실도 우려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랜드마크 탄생에 거는 기대는 크다.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15일 한국남동발전을 시작으로 지방 이전을 시작했다. 새 건물로 입주하는 만큼 신사옥마다 건물에너지효율 1등급은 기본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까지 구비했다. 지역 경제 이바지를 위해 지역업체 이용과 지역주민 고용을 늘리기로 했다.
첫 테이프를 끊은 남동발전은 24일까지 진주혁신도시로 이전 작업을 끝내고 27일 준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신사옥은 지능형 건축물 1등급과 초고속 정보통신 특등급 예비인증을 취득했다. 전기자동차 충전소도 2개나 설치했다.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전국 발전소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전사 통합 상황실을 마련했다. 뒤를 이어 자리를 옮기는 한국동서발전은 6월 14일이 D데이다. 본사 사옥은 울산 중구 혁신도시에 위치하며 4월 준공 예정이다. 동서발전은 총 건축비 약 413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191억원을 지역건설업체에 발주했다. 전기공사 분야는 100% 지역건설업체를 이용,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고용 창출에도 직접 기여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국서부발전은 오는 11월에는 한국전력과 한국중부발전이 이삿짐을 싼다.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에 건설 중인 한전 본사 사옥은 지상 31층 규모로 광주 전남 일대 최고층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특히 한전 본사는 에너지 소비량의 42%를 자체 생산한다. 지열 4600㎾, 태양광 2100㎾ 등 건물에너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15개 도시에 분산돼 있던 ICT 센터도 통합 구축 중이다.
중부발전은 보령시내 옛 대명중학교 자리에 터를 잡는다. 현재 준공률은 25%에 불과하지만 이전 일정에는 차질이 없다는 설명이다. 본사 사옥에는 오피스 파크 개념을 도입, 사무공간과 휴게공간을 접목했다는 평가다. 한국남부발전은 12월까지는 이전을 끝낼 계획이다. 전력그룹사 중 유일하게 자체 빌딩을 갖진 못한다. 부산 국제금융센터(BIFC) 63개층 중 7개 층을 쓴다. 에너지 복지기금 모금, 메세나, 사회봉사 등 맞춤형 에너지 복지로 지역경제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서부발전은 내년 6월 사옥 준공 후 8월까지 태안읍 업무지구로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동반가족 이주율을 끌어올려 태안 지역사회와 일체감을 조성한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본사이전 종합계획 ‘스텝-업 2015’를 마련, 4대 분야 47개 과제를 추진 중이다.
한수원은 본사 이전은 내년 말로 가장 늦지만 이미 2010년 7월 법인주소를 경주로 옮기고 21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본사 사옥은 지난 10일 진주 혁신도시에서 기공식을 가졌고 내년 말 준공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국과 전력그룹사 지방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해당 지자체에서는 대형 공기업을 환영하지만 전력수급 안정이나 연료수급 등의 협력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 및 전력그룹사 지방이전 현황(자료 : 각사 취합)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