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많이 접하는 미디어 속에는 수많은 과학이 등장한다.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가 가진 모든 것을 얼리는 능력이나, 시공간을 넘나드는 ‘별에서 온 그대’ 속 외계인 도민준처럼 과학적 상상력이 영화나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한번쯤 품게 되는 의문이 있다.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또는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등이다. 이런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사이언스 인 미디어에서 미디어 속 과학을 끄집어내고, 함께 과학으로 설명해보려 한다.
납치된 딸아이의 죽음. 슬픔을 견디지 못한 엄마는 호수에 몸을 던진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니 아이가 죽기 2주 전으로 다시 돌아가 있다. 남겨진 시간은 단 2주. 엄마는 운명을 바꾸고, 딸을 살릴 수 있을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신의 선물’의 줄거리다. 드라마의 핵심 소재는 ‘타임슬립’, 즉 시간여행이다. 2주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 엄마 김수현(이보영)은 딸을 살해한 범인을 찾아 범행을 막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신의 선물에 등장한 시간 여행은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 종종 활용된다. 최근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마지막회에서도 도민준(김수현)과 천송이(전지현)가 웜홀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어 재회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인’이나 ‘미래의 선택’, 영화 ‘열한시’ 등에도 시간 여행이나 타임머신이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현실에서도 시간 여행이 가능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면 과거나 미래로 가서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시간 여행만 할 수 있다면 미래로 가서 로또 당첨번호를 미리 알아온 뒤 부자가 될 수 있고, 사건사고를 막는 영웅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런 의문에 대해 과학자들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먼저 별그대에 등장한 웜홀을 살펴보자. 웜홀이란 우주공간에서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를 뜻한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커서 빛도 빠져나갈 수 없는 천체를 뜻한다. 반대로 화이트홀은 힘이 작용하지 않아 물질이 내부로 절대 들어갈 수 없고, 내뿜기만 하는 천체를 의미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처럼 끌어들이기만 하는 세계가 있으면, 반드시 내뿜기만 하는 세계인 화이트홀이 존재한다. 웜홀을 통해 블랙홀로 들어가서,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화이트홀로 나오는 것이 시공간 여행이다. 도민준이 수백광년 떨어진 자신의 별에서 지구로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이론으로만 존재한다. 블랙홀은 존재가 확실해졌으나 아직 화이트홀은 증명되지 않았다. 때문에 웜홀 역시 증명할 수 없으며, 이론에서만 존재한다.
신의 선물에서도 타임슬립을 소재로 사용했지만, 자세한 과정은 설명하지 않고 판타지처럼 처리했다. 사실 시간여행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설명을 시도한 경우도 있긴 하다. 타임머신을 소재로 한 영화 열한시에서는 시간여행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과학계에서도 시간여행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었다. 과학적으로 접근하려면 우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을 살펴봐야 한다. 이에 따르면 빛보다 빠른 물질은 없다. 빛보다 빠르려면 질량이 마이너스라야 가능하고, 빛과 동일한 움직이면 그 물체 안에서 시간은 정지한 채로 있다. 그렇다면 빛보다 빠른 물질이 존재하고, 여기에 사람이 올라타면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는 가정을 할 수 있다.
이런 가정으로 인해 과학자 중에는 빛보다 빠른 물질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마침내 빛보다 빠른 물질을 발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세계 과학계가 떠들썩했었다.
당시 스위스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국제공동연구팀인 오페라팀이 중성미자를 쏘고, 732㎞ 떨어진 이탈리아 지하 탄광에서 이를 관측했다. 이 과정에서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가 나오자 시간여행이 가능해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잇따랐다. 하지만 이듬해 오페라 연구팀은 실험결과에 측정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결국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도 다시 미궁에 빠졌다.
과학자들은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가 발견된다하더라도 사람의 시간 여행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질량이 거의 없는 수준인 중성미자는 시간을 이동한다치더라도, 사람까지 이동하는 단계가 되기까지는 엄청난 연구가 뒤따라야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괴짜 물리학자로 알려진 브라이언 콕스 교수는 한 과학페스티벌에 참석해 “영화에 등장하는 웜홀같은 통로가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면서도 “아직 존재가 증명된 바 없으며, 실제 있다고 해도 인간이 사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