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만 느껴지는 과학 뉴스.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 지면의 한계로 인한 충분한 배경설명 부족 등으로 중요한 사건이나 의미 있는 연구성과를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아쉬움을 덜기 위해 신설한 ‘한눈에 보는 과학뉴스’를 통해 한 주의 과학 뉴스 중 자세히 설명하지 못했던 중요 뉴스를 좀 더 쉽고 자세히 전달하겠습니다.
만능 줄기세포를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일본 여성 과학자가 끊임없는 조작 의혹 속에 결국 논문을 철회키로 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적인 만능세포로 평가받는 ‘자극야기 다능성 획득(STAP)세포’ 논란에 관한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STAP세포 관련 논문을 사실상 철회한다고 밝혔다.
세계 과학계를 흥분하게 했던 혁신적인 연구성과가 불과 두 달도 안돼 희대의 사기극으로 막을 내렸다. 일본판 ‘황우석 사건’ 등으로 불린 이번 일로 인해 일본 과학계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지난 1월 30일 올해 30세의 일본 여성 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가 개발한 만능세포 ‘STAP(Stimulus-Triggered Acquisition of Pluripotency:자극야기성 다성능획득) 세포’ 논문이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쥐 실험으로 STAP 세포를 입증했는데,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는 자극만으로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STAP 세포가 주목받은 것은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 손상도 없다는 점이었다. 또 연구진이 재현이 쉽다고 한 부분도 주목 받았다.
연구팀은 쥐의 비장에서 채취한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를 약산성 용액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배양하면 수일 후에 만능세포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또 이 세포를 쥐의 피하조직에 이식해 실험한 결과 신경, 근육, 장 세포 등 어떤 조직으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라고 밝혔다.
만능세포를 만드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은 혁신적인 발견이었다. 사람 세포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문제로 남았지만 이 발견만으로도 전 세계가 주목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배아줄기세포가 갖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도 없고,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역분화줄기세포(iPS)’의 단점인 암 유발 등 부작용도 없다. 인류 역사를 바꿀 획기적인 성과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연구를 주도한 사람이 젊은 여성 과학자라는 점에서 오보카타를 향한 관심도 뜨거웠다.
하지만 곧바로 이번 발견에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논문 데이터가 조작됐다, 사진이 중복 게재됐다 등의 의혹이 불거지자 일본 이화학연구소가 조사에 착수했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논문에 나온 방법으로 재현 실험을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화학연구소는 결국 논문철회로 결론을 내렸다. STAP 세포가 다양한 인체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만능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의 핵심을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논문 공동 저자들이 논문 철회를 제안했고, 오보카타 박사도 이에 동의하면서 혁신적인 연구성과는 희대의 논문 조작사건으로 마무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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