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게임산업의 재도약을 꿈꾸며

요즘 게임산업을 둘러 싼 제반 환경들이 지켜보기 민망스러울 정도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주요 게임업체의 매출액이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게임 주식들이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크고 작은 개발사들이 모바일게임 개발로 몰려들어 레드오션을 만들었고, 참신하고 획기적인 새로운 게임의 출현이 멈췄다.

이재홍 교수
이재홍 교수

다른 게임들의 아이디어를 표절해 어부지리하는 상도덕이 판치고 있으며, 게임에 대한 철학도 없이 돈벌이에만 급급한 경영자들이 설치고 있다. 또 여차하면 보따리 싸겠다고 큰소리치는 한탕주의의식이 만연되어 있으며, 해외에 법인을 둔 얄팍한 투자자들이 국내 게임업체 직원들을 꼬드기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영국,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과 같은 유럽 쪽 국가들이 한국 게임사들을 유치하기에 혈안이 되고 있는 현상들. 마치 게임산업이 빠져 나올 수 없는 저주에 걸려 봉인된 채로 거대한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듯하다.

성장가도를 달려오며, 문화콘텐츠산업의 으뜸으로 군림하던 게임산업이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게임산업의 뿌리가 송두리째 뽑힐 판이다. 그에 따른 여파는 국가경제에 손질을 가져오고, 개발자들의 영혼과 빵을 빼앗게 될 것이다. 연구자들의 긍지를 무너뜨리고, 게임을 공부하는 학도들의 꿈을 허망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다.

2009년 셧다운제가 단행된 이후,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게임에 집중되고 있는 중복 규제, 불법 환전과 과도한 사행성을 규제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웹보드게임 규제 등은 수익을 올려야 하는 게임산업에 달갑지 않은 규제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이러한 규제의 일부분은 산업계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숙명적인 역기능부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멘털을 붕괴시키는 것은 창조경제를 강조하며 문화콘텐츠산업의 지원을 약속한 현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에서는 당리당략에 얽혀 게임규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게임사들의 매출 1%를 중독 치료에 사용해야 한다는 법안 발의와 게임을 마약, 술과 같은 중독 물질로 두고 예방, 관리, 치료해야 한다는 입법 발의는 게임사업자들의 의욕을 상실시킬 만큼,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공정하고 진실해야 할 일부 언론마저 게임에 관해서는 편협한 시각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에서의 게임은 미운 오리새끼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국가경제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가 위상을 높이고 있는 게임산업이 창조경제의 원형으로서의 가치를 복원받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산업 지원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이나 북미 또는 유럽과 같은 경쟁 주자들에게 우리가 그동안 쌓아 온 게임산업의 노하우를 송두리째 헌납하게 될 판이다.

빈사상태에 있는 게임산업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나가자고 제안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게임산업을 예술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의 국가 대표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 글로벌 한류 콘텐츠로서 가치를 높여야 한다. 게임 규제법안을 만든 국회의원들도 지금은 게임산업을 되살려놓은 후, 다시 진지한 논의를 통해 게임산업의 실체를 함께 연구해 보자고 권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업계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정부와 학계와 적극 소통하며, 인류에게 순기능적인 문화콘텐츠로서의 게임을 안겨주기 위해, 플레이해서 즐겁고, 기쁘고, 착하고, 좋은 ‘굿게임’ 제작에 앞장 서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게임산업을 규제하기보다 국가의 대표 문화콘텐츠로 장려하고 진흥해 나아가고, 게임업계는 인류의 놀이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명감과 경영철학으로 나아가야 한다. 학계는 게임생태학을 재정비해 게임의 진화방향을 제시해 나가야 한다.

이재홍 한국게임학회장 munsarang@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