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CEO인 제프 베조스가 그랬다, ‘데이터는 절대 버리지 않는다’고. 그냥 해본 말 같진 않다. 아마존닷컴에 로그인 해 들어가면 ‘추천도서’가 뜨는데, 매우 정교하다. 어떤 형태로든 사용자의 관심이나 기호도를 읽어 분석해낸 결과다.
근데 이게 전혀 고맙거나 달갑지 않다. 오히려 혐오스럽다. 가입 과정에서 이런 서비스 원한 적 없고, 아마존 역시 물은 바 없다.
회원등록 때만 해도 이름과 메일 주소만 요구하던 ‘착한’ 가입절차가 기특했다. 하지만 지금껏 사봤던 도서 목록은 물론이고, 생각 없이 들여다봤던 책과 검색했던 단어들이 고스란히 어딘가에 저장돼 이리저리 재단되고 있다는 생각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유명인도 아닌 내가 어디를 가고, 무엇을 사고, 누구를 만나는지, 그래서 대충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지까지 예단하려 든다.
너나없이 데이터 모으기, ‘빅데이터(Big data)’ 만들기에 한창이다. 더 많은 가입자는 모집단의 크기를 키워,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여준다.
막연했던 교통의 흐름이나 유동인구의 시간대별 구성, 상권 조성 과정 등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모두 빅데이터 덕이다. 창조경제도, 정부3.0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니, 이번 정부의 성패가 빅데이터에 달린 듯하다.
그런데 지금껏 우리는 ‘빅(Big)’에 지나치게 방점을 둔 채 빅데이터를 보아왔다. 빅 안에서 한낱 개인의 정보와 사생활 쯤은 ‘불특정 다수’로 함몰돼 보이지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스노든의 폭로 이후 지구촌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터지는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는 이 같은 신뢰를 무너뜨렸다. 미 정부의 보안 스파이로 몰린 IBM이 억울하다 항변하는 것도, 구글의 저커버그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전화를 했다는 것도 중국·유럽 등 비미국권 외신들은 대충 ‘쇼’로 본다.
세계인들은 지금 ‘빅데이터’라 쓰고, ‘빅브라더’라 읽는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