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80%가 하루 2달러(약 2100원)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나라 아이티가 태블릿PC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인구 절반 이상이 영양부족에 시달리는 아이티 국민에게는 아무리 좋은 애플·삼성 제품도 그림의 떡이었다. 별도 생산라인 없이 직접 조립하는 자신만의 생산방식을 쓴다.
18일 로이터는 아이티 스타트업 시어탭이 초저가 태블릿PC ‘시어탭(S〃rtab)’ 생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시어탭 직원 40명에 주어진 생산도구는 납땜 인두. 주로 반도체 부품 등을 접합하고 조립할 때 쓰는 장치다. 별도 생산라인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손으로 조립한다. 한 제품을 완성하는 시간은 적게는 35분, 많게는 1시간이 소요된다. 이 공장에서는 월 평균 4000~5000개가 만들어 진다.
시어탭 직원의 자부심은 매우 높다. 22살의 세르긴 브라이스는 로이터에 “내가 직접 태블릿PC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이곳에서 첫번째 태블릿PC를 만들었을 때 뛸듯이 기뻤다”고 말했다. 브라이스는 아이티에서 태블릿PC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가족과 친구조차 믿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아이티인은 우리가 직접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음을 증명했고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각 직원이 태블릿PC 조립을 완성해 품질 기준을 통과하면 개당 보너스를 받는다. 직원 보수는 아이티 최저 임금인 하루평균 5달러(약 5300원)의 2~3배에 이른다. 케냐 대학교에서 650개의 단체 주문도 받았다.
영어로 ‘슈어(Sure)’라는 의미를 가진 프랑스어 ‘시어(S〃r)’를 제품명으로 쓴 이유는 신뢰와 확신을 주겠다는 생각에서다. 디드로 뮈세 시어탭 생산 매니저는 “이곳 사람들은 태블릿PC를 갖고 싶어도 아이패드는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라며 “아이티인이 만드는 태블릿PC에 대한 불신도 있으며 어떤 사람은 와서 조립 과정을 눈으로 보고서야 믿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어탭의 탄생에는 국제 사회의 도움이 있었다.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20만달러(약 2억원)를 투자했다. 부품은 아시아에서 조달한다. 존 그로어커 USAID 국가 디렉터는 “시어탭은 아이티 인이 단순히 저임금과 노동 집약적 업무에 한정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어탭 태블릿PC는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를 채택했으며 7인치 화면을 갖췄다. 512메가바이트 램(RAM) 제품 가격은 100달러(약 10만7000원), 2GB 램의 3G 기능 모델 가격은 285달러(약 30만5000원)다. 구매자인 리스베스 플랜틴씨는 “다른 태블릿PC처럼 사진도 잘 찍히고 쓰기도 쉽다”며 “무엇보다도 제품 뒤에 찍힌 ‘메이드 인 아이티’ 태그가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