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토탈, 기존 정유사 힘겨루기 `팽팽`

삼성토탈의 정유사업 확대가 기존 정유사의 견제에 부딪혔다. 삼성토탈의 대한석유협회 가입 건을 두고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정유4사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삼성토탈의 정유사업 확대는 멀리 보면 ‘삼성주유소’ 등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터줏대감인 정유4사에서도 긴장하며 견제하는 모습이다.

삼성토탈은 최근 정유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토탈은 석유화학제품 생산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인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알뜰주유소에 공급을 시작했으며 올해 12만5000배럴까지 늘었다.

그 동안 반제품으로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하던 삼성토탈이 이달부터 완제품 납품을 시작한 데 이어 하반기엔 증설 예정인 신규 벤젠·톨루엔·자일렌(BTX)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가지고 경유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신규 공장은 경유분리 설비와 탈황 설비를 갖춰 부산물로 경유 생산이 가능하다.

삼성토탈은 한국거래소 석유제품 전자상거래에도 정유사로 이름을 올리며 석유대리점,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한 대한송유관공사 지분(2.26%)을 인수해 ‘제5 정유사’가 되기 위한 인프라도 확보했다.

이처럼 정유 사업을 확대하는 삼성토탈은 정유사만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석유협회에 가입 의사를 밝혔다. 정유사로서의 모양새를 갖췄으니 석유협회에 가입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석유협회 회원사는 국내외 시장·산업 조사 연구부터 원유 정책 관련 대정부 건의 등을 할 수 있다. 또 석유협회에서 정부 위탁사업으로 진행하는 납사·액화석유가스(LPG) 제조용 할당관세 물량 추천에 참여해 관세를 환급받을 수도 있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관세할당 추천 등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업무와 대정부 건의처럼 정유사업 추진 애로사항을 개별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업계 차원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등 혜택을 기대해 석유협회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정유사는 삼성토탈이 원유정제 시설이 없기 때문에 석유협회 가입 자격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제품을 생산하지만 이는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일 뿐이지, 엄밀히 따지면 정유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석유협회가 국가 기간산업인 정유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삼성토탈이 일부 석유 정제업을 하고 있다고 회원사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유 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도 없이 뒤늦게 ‘무임승차’ 하겠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12년 도입된 정부의 알뜰주유소에 삼성토탈이 휘발유를 공급한 것은 다른 정유사에 미운털이 박힐만한 사안이다. 알뜰주유소가 등장하면서 지난해 정유사 소속 주유소 700곳 이상이 휴·폐업한 반면에 알뜰주유소는 1000개 넘게 늘었다.

석유협회가 보통 2월에 개최하는 정기총회를 회원사 CEO 일정 조율을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며 삼성토탈의 회원가입 여부 심의를 연기하는 데는 회원사들의 불편한 심기가 작용하고 있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삼성토탈은 석유화학 비중이 90%가 넘는 석유화학회사인데 석유협회에 가입하겠다고 나선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정유사로 인정받고 싶으면 정유시설을 먼저 갖추는 것이 순서”라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