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시범사업 수용은 원격진료 차단용"…의료계 반발에 해명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원격진료 시범사업 수용 합의가 원격진료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의협이 내달부터 6개월간 원격진료 시범사업 후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자고 합의한 것에 대한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자 해명에 나선 것이다.

의협은 18일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주장한 것은 원격진료를 확실히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발표했다. 의협은 “입법 전 원격진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로 한 만큼 시범사업을 통해 원격진료의 불안전성과 효과 없음이 분명히 입증될 것”이라며 “(결과를) 자신하기 때문에 (시범사업은) 정부의 일방적인 원격진료 강행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시범사업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고 의협에서 시범사업을 주도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원격진료의 근거 부족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이 즉각 성명을 내면서 해명에 나설 만큼 의료계 내부의 항의가 예상보다 거셌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17일 발표된 의·정 협의 결과가 원격의료 입법을 받아들인 것으로 규정하고 폐기를 주장했다.

협의회는 논평에서 “시범사업의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원격의료 입법을 수용한 것”이라며 “원격의료 입법여부를 결정하는 시범사업이었다면 ‘시범사업 후 그 결과에 따른 원격의료 추진여부 검토’라는 내용이 되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비판에 가세했다. 전의총은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시간에 쫓기듯 4월부터 6개월간 안정성 유효성을 검증한다는 시범사업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진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제도 도입을 그 짧은 시간에 검증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무책임한 보완 입법이 염려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 또한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하겠다는 내용만 있을 뿐 원격진료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얘기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안 추진을 중단하겠다는 얘기도 없다”며 의협의 원격의료 협의 내용에 반대했다. 의협이 정부의 원격의료 입법을 막지 못하고 왜 보조를 맞춰줬냐는 게 비판의 요지다.

반면에 의협이 원격진료 차단용 합의라는 뜻을 밝히자 의료IT업계는 정부가 의협에 휘말린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양측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