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인플레이션 흔적 발견의 의미…우주 생성 가설 입증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가 탐지했다고 발표한 ‘우주 중력파 배경복사’는 그동안 가설로만 존재하던 우주 형성 원리의 증거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으로 주목 받는다.

이번 발견이 검증을 통과해 확정된다면, 이로 인한 천체물리학 및 과학계의 발전은 막대할 것으로 평가된다. 최초로 탐지된 중력파의 신호 정도를 비교해 우주의 빅뱅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추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긴다. 또 얼마나 오래전에 얼마큼의 속도로 우주가 팽창했는지를 계산할 가능성도 열린다.

연구 결과를 직접 발표한 하버드대 존 코백 교수 또한 “이번 발견은 우주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다”며 “많은 과학자가 이룬 많은 업적이 모여 성공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과학적인 관점에서 본 우주는 약 138억년 전에 일어난 ‘대폭발(빅뱅)’로 탄생했다. 현재 인간의 능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우주 만물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는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대폭발의 가장 유력한 증거는 우주의 모든 공간에 퍼져 있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다.

대폭발 당시 에너지의 흔적이 색온도 2.7 켈빈(K·절대온도의 단위)인 전자기파, 즉 ‘빛’의 형태로 우주 공간에 가득하다는 것으로, 이론적으로나 실험적으로 과학적 입증이 이뤄졌다.

대폭발 후 우주가 현재와 같은 형태로 존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이 ‘인플레이션(급팽창) 이론’이다. 대폭발 직후 매우 짧은 시간에 우주가 지수함수적으로 급팽창했다는 것이다.

급팽창은 대폭발 후 ‘10의 36승분의 1초’께 시작돼 ‘10의 33승분의 1’ 내지 ‘10의 32승분의 1초’만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로도 우주는 계속 매우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으나, 급팽창 시기에 비해서는 팽창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눈깜짝할 새보다 더 짧은 이 기간에 우주는 ‘10의 20승’ 내지 ‘10의 30승’ 배로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1억분의 1억분의 1억분의 1억분의 1초’보다 더 짧은 시간에 ‘1억배의 1억배의 1만배’ 내지 ‘1억배의 1억배의 1억배의 100만배’로 커진 셈이다.

이번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의 발표는 이런 인플레이션 이론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직접 증거다.

이번 연구는 과학계의 검증이 이뤄지기만 하면 당연히 노벨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 과학의 역사에 길이 남을 초대형 업적으로 평가받을 전망이다.

과학계도 흥분에 휩싸였다. 유럽우주국에서 플랑크(Planck) 위성을 통해 수집된 정보로 B-모드 패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조 던클리 박사는 “우리가 현재 보는 은하와 별, 모든 행성들이 그 찰나의 순간 모두 형성됐다는 우주팽창이론이 황당한 이론으로 들릴 수 있다”며 “그러나 만약 이번 발표 결과가 확정된다면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말로 다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연구센터를 포함해 스탠퍼드대, 스탠퍼드선형가속기센터(SLAC) 국립연구소, 나사(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JPL)와 캘리포니아공대, 미네소타대 등이 주도한 연구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제출돼 심사를 거치고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