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가 실종된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국내 신규 투자였던 삼성디스플레이의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공장 ‘A3’ 설비 발주가 올해 들어서도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 미뤄졌던 A3 설비 투자는 당초 기대와 달리 상반기 내 이뤄질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장비 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은 올 초 삼성디스플레이의 구두 발주로 제작 준비를 완료했지만 이후 투자 소식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는 A3 라인 투자 소식을 접한 뒤 발 빠르게 움직였다. A3 라인은 투자 규모가 큰 AM OLED 전용 라인인데다 플렉시블과 같은 첨단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장비 업계로서는 가뭄의 단비 격이었다. 특히 2년을 기다려 온 투자여서 기대감은 더욱 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실제 투자 집행은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내년 2월 가동한다고 해도 기판용 장납기 장비들은 1분기 내에 발주가 나와야 하지만, 장비 업계에는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언질만 전해졌다.
A3 라인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11년 부지를 정비하고 2012년 초 투자 규모를 확정지으면서 공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공장이 완공된 후 6세대(1500㎜×1850㎜)용 라인으로 구축될 예정이었으나 A2 공장 가동률이 저조해지면서 설비 투자가 올해로 늦춰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TV용 패널과 플렉시블 OLED를 모두 생산하는 안을 검토했다가 플렉시블 전용 라인으로 계획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생산 계획은 유동적이어서 아직은 투자 변경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서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2월 상반기 투자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사장은 “고객이 얼마나 원하는지에 따라 투자 규모를 정해야 한다”며 “상반기 내 투자 계획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설비 발주는 하반기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장비 협력사들은 그러나 올 초부터 구두 발주를 접하고 제품 생산을 서둘렀다. 최근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최소 한두 달씩 납기 단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너무 빠르게 변하니 수요가 눈앞에 보여야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도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의 불확실성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하나대투증권은 삼성디스플레이의 A3 1단계 라인만 고려했을 때 올해 전체 투자 규모가 지난해이하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이 초고화질(UHD)에 집중하면서 AM OLED 투자 결정이 다소 늦어지는 분위기”라며 “대면적 AM OLED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당장 수요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극히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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